흐르는 물에 상처 씻고 가까운 병원 찾아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면서 개나 고양이에 물리는 '동물 교상' 사고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에는 아직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미국에서는 매년 200만명 이상의 환자가 동물한테 물려 응급실을 찾는다는 보고가 있다.
동물 교상은 여러 가지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개나 고양이의 송곳니에 물리면 깊은 관통상을 일으켜 힘줄과 신경이 손상될 수 있고, 관절을 건드리면 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또 피부에 흉터를 남겨 환자에게 정신적인 상처를 남기는 것은 물론 장기간 치료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옮기기도 한다.
따라서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물렸을 때 상처가 더 악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응급처치 요령을 알아두는 게 좋다.
만약 개 또는 고양이에게 물려 상처가 났다면 가장 먼저 흐르는 물에 상처를 깨끗이 씻고 가까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초기에 세균 감염을 예방하거나 치료해야 하므로 소독약을 사용해 소독하는 것보다는 상처를 깨끗이 씻어 상처의 균 수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교상으로 얼굴 피부가 찢어졌을 경우에는 1차로 봉합을 시도할 수 있으나, 고위험 상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봉합 없이 치료하거나 지연 봉합을 한다.
다리나 팔을 물렸을 경우에도 밴드나 붕대로 꽉 묶어 덮어두기보다는 물린 자리로 체액이 어느 정도 배출되도록 열어두는 것이 좋다. 실제로 응급실에서는 피부가 찢어진 환자의 상처를 바로 봉합하지 않고 열어 둔 채 치료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는 동물의 입속에 존재하면서 감염을 일으키는 균 중 많은 수가 산소가 없으면 더 활개를 치는 '혐기균'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바로 봉합하기보다 열어둔 상태로 소독하면서 감염이 조절되는 것을 먼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교상이 있었다면 전신적인 합병증에 대한 예방과 치료도 꼭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기저 질환을 갖고 있거나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는 예방적 항생제를 투여하고 세밀하게 상처를 관리해야 한다.
동물 중에서도 고양이에게 물렸을 때의 감염률은 개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할퀸 상처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묘소병'(cat scratch disease)이 대표적인데, 드물게는 심내막염이나 뇌수막염, 골수염 등 치명적인 감염병으로 발전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성형외과 남상현 교수는 "동물에 의한 교상은 감염이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으면 패혈증, 파상풍, 광견병 등과 같은 전신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면서 "치료 시 칼에 베인 상처와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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