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컬링 붐' 안 꺾이도록 '팀 킴' 호소 찬찬히 살펴보라

입력 2018-11-09 17:41  

[연합시론] '컬링 붐' 안 꺾이도록 '팀 킴' 호소 찬찬히 살펴보라

(서울=연합뉴스)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던 경북체육회 여자컬링 대표팀이 지도부와의 갈등을 폭로하면서 감독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해당 대표팀은 올림픽에 김(金)씨 성을 가진 선수들이 출전해 국내외에 '팀 킴'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대표팀은 평창 동계올림픽 결승전에서 후지사와 사쓰키가 이끈 일본과 명승부를 벌인 끝에 국내 컬링 역사상 첫 메달인 은메달을 따내며 국민적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스킵(주장)으로 선수단을 이끈 김은정 선수는 경기 내내 냉철한 모습을 유지해 '안경선배'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컬링 불모지인 우리나라에 컬링 바람을 몰고 온 선수들이기에 이들의 갑작스러운 외침에 국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팀 킴' 선수들이 8일 대한체육회 등에 보낸 호소문을 보면 놀랄만한 내용이 한둘이 아니다. 선수들은 은사이자 한국 컬링의 대부로 통하는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과 그의 딸과 사위인 김민정·장반석 경북체육회 컬링 감독이 선수들을 개인적 목적을 위해 동원하는 등 팀을 사유화하고 선수들에게 폭언을 일삼았으며, 각종 대회 상금과 격려금 집행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호소문에는 '김 감독이 팀 막내 김초희를 제치고 선수로 뛰려고 했다' '김 감독 아들 어린이집 행사에 불려갔다' '선수가 심리상담사와 상담한 내용을 감독들이 입수해 선수들을 질책했다' '올림픽 이후 훈련과 대회 출전을 저지당했다' 등의 내용도 들어 있다. 선수들은 컬링 지도부를 이루는 김경두-김민정-장반석 가족이 신뢰를 상실했다며 동반 퇴진과 새 지도부 구성을 촉구했다. 이들은 최악의 경우 은퇴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호소가 한국 컬링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장반석 감독은 9일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사실확인서'에서 선수들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장 감독은 팀 사유화, 선수 인권침해, 금전 착복 의혹 등과 관련해 선수단과 나눈 카톡 메신저 내용 등까지 공개하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선수와 감독의 주장이 엇갈리니 사실관계를 확인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체육회는 선수들의 호소문을 접수하고 합동으로 컬링 특정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하니 적절한 조처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팀 킴'을 이끌어온 감독진은 스스로 물러나는 게 옳아 보인다. 일단 아버지와 딸, 사위가 팀을 이끈다는 사실부터 국민 눈에는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이들 가족 지도부가 선수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데 즉각 퇴진의 당위성이 있다.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평창올림픽 때 남북한 단일팀을 이끌었던 새러 머리 여자 아이스하키팀 감독이 선수단의 신뢰를 상실해 물러난 사실을 상기했으면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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