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이번엔 서울 도심 고시원…반복되는 화재 참사

입력 2018-11-09 18:26  

[연합시론] 이번엔 서울 도심 고시원…반복되는 화재 참사

(서울=연합뉴스) 이번 화재 참사는 서울 도심 고시원에서였다. 9일 새벽 서울 종로구 관수동 청계천 인근의 국일고시원에서 불이 나 이곳 거주자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제56회 소방의 날'로 소방청이 오후 경기도 남양주에서 대규모 기념식까지 열 계획이었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사상자 대부분이 40~60대의 생계형 일용직 노동자였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목격자들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불은 지상 3층 빌딩 2~3층에 입주한 고시원의 3층 입구에서 시작됐으며, 새벽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피가 어려워 사상자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해당 고시원 건물은 1983년에 지어져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닌 탓에 스프링클러가 없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화재감지기와 비상벨, 완강기 등은 설치돼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거나 이용하지 못했다는 것이 목격자들의 증언이다. 고시원은 또 건축대장에 고시원이 아닌 '기타 사무소'로 등록돼 올해 국가안전대진단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타 사무소는 진단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09년 이전 지어진 건물은 소방서에서 받은 필증을 구청에 제출하면 고시원 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을 해도 불법이 아니라고 한다. 한마디로 해당 고시원은 오래된 건물에 입주한 고시원이란 이유로 당국의 감독에서 사각지대로 방치된 셈이다.

고시원은 40여 년 전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공부와 숙식 공간으로 출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집 없는 서민들의 값싼 주거지로 변모했다. 통상 5㎡(1.5평) 내외 크기로 좁은 복도를 끼고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벌집 쪽방' 구조인 데다, 영세 업주들이 방재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화재에 근본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보증금 없이 저렴한 월세만 내면 되는 생활공간이라 일용직 노동자, 저임금 샐러리맨, 노점상 등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다중이용업소에서 발생한 화재 3천35건 중 252건(8.3%)이 고시원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시원 화재가 그만큼 빈발한다는 얘기다.

소방당국은 이번 일을 계기로 전국 1만2천700여 곳에 달하는 고시원을 상대로 전면적 안전점검을 다시 벌일 필요가 있다. 특히 국일고시원처럼 노후 건물에서 영업하는 고시원은 정밀한 점검을 벌여 같은 참사가 재발하는 것으로 막아야 한다. 정부는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이듬해부터 매년 국가안전대진단을 벌여 우리 사회 곳곳의 안전을 점검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일고시원 같은 취약시설이 진단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기회에 진단 대상에 허점이 없는지도 잘 살피기 바란다.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를 시작으로 올해 경남 밀양시 요양병원, 인천시 남동공단 세일전자 등에서 잇따라 발생한 큰 화재와 인명피해도 평소 안전점검을 소홀히 한 데서 비롯됐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형 화재 때마다 이런저런 대책이 나오지만, 그때뿐인 현실이 개탄스럽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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