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층 52개 '쪽방' 밀집…"옷·이불 등 불에 타는 물건 많아"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5일 새벽 화재로 18명 사상자가 나온 서울 종로구 고시원의 복도는 성인 두 사람이 마주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비좁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불이 난 서울 종로구 관수동 청계천 인근 국일고시원 건물은 1983년에 지어졌다. 고시원으로 사용된 2∼3층에는 총 52개 방이 밀집돼 있었다.
화재 당시 거주자들이 출입구로 나가기 위해 지나가야 하는 복도 폭은 약 80㎝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7명 사망자 가운데 4명은 복도에서 발견된 것도 이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고시원 거주자 조 모(40) 씨는 "평상시에도 복도가 좁다고 느꼈다"며 "반대쪽에서 걸어오다 서로 마주치면 비켜줘야 할 정도"라고 전했다.
소방 관계자 역시 비좁은 복도 때문에 거주자들이 대피하는 데 애를 먹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동하기에 다소 좁아 보인다"고 말했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거주하는 '쪽방' 고시원의 특징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고시원 각 층은 4.95∼9.91㎡(1.5∼3평) 규모의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조다. 불이 난 3층은 'ㄷ'자 모양으로 건물 바깥쪽에 17개, 안쪽에 12개 방이 배치된 형태다.
무엇보다 화재가 시작된 301호가 계단으로 향하는 출입구 바로 옆에 위치해 피해가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출입구가 불길에 휩싸이면서 3층 거주자들은 비상구로 대피하는 데 혼란을 겪은 것으로 소방 당국은 파악했다.
또 고시원 특성상 각 방에 있는 옷가지와 이불 등에 불이 옮겨붙으며 순식간에 화재가 커졌다는 추측도 나온다.
통상 고시원은 방을 여러 개 만드는 이른바 '방 쪼개기' 과정에서 공사 자재로 목재를 사용하는 점도 많은 사상자를 낸 것과 관련이 있는지 합동감식 등에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현재까지 건물 내부 자재로 석고보드와 방염처리가 된 합판이 이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판의 경우 방염처리를 해도 불이 번지는 시간을 다소 지연시킬 뿐 불에 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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