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경찰이죠. 앞차가 많이 비틀거리는데 음주 운전 같아서 신고하려고요."
9일 오후 4시 30분 부산 동서고가도로 시내 방면으로 차를 운전하던 A(40)씨는 앞선 벤츠가 의심스러웠다.
당시 동서고가도로는 금요일 퇴근길과 맞물려 차량이 서행했는데 벤츠가 자꾸 도로 벽이나 옆 차선 차량을 들이받을 듯 좌우로 휘청거렸기 때문이었다.
A씨는 동서고가도로 진양램프 2㎞ 전부터 계속 벤츠를 뒤따라가며 112 경찰 상황실 근무자에게 벤츠의 상태나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려줬다.
경찰은 A씨가 알려주는 벤츠의 예상진행 방향을 바탕으로 인근 순찰차를 대기시켰다.
A씨가 경찰과 통화하는 동안에도 벤츠는 앞차를 들이받을 듯 급정거를 하거나 비틀비틀한 곡예 운전을 계속했다.
음주 운전으로 의심되는 아찔한 벤츠 움직임은 A씨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녹화됐다.
그러는 사이 벤츠는 진양램프로 동서고가도로를 빠져나간 뒤 진양사거리에서 좌회전해 부산진구 초읍방면 고가도로로 진입했다.
비틀거리는 벤츠는 병목현상으로 한꺼번에 몰린 차들과 자칫 충돌이 우려되기도 했다.
A씨로부터 벤츠의 동선을 계속 듣고 있던 경찰은 고가도로 내리막길에서 순찰차로 벤츠 앞을 가로막고 세운 뒤 운전자를 내리게 해 음주 여부를 확인했다.
음주 측정결과 벤츠 운전자 B(50)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를 훨씬 넘어선 0.174%였다.
부산진경찰서는 지구대로부터 사건을 인계받아 음주 운전 혐의로 B씨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이 대낮에 음주 운전자를 검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A씨 신고였다.
A씨는 단순히 음주 운전이 의심된다는 신고뿐만 아니라 음주 운전 차량을 3∼4㎞가량 뒤쫓으며 경찰에게 차량 정보를 제공했다.
A씨는 1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얼마 전 부산 해운대에서 만취한 운전자가 몰던 BMW에 대학생이 치여 숨진 사고가 생각났다"며 "차 벽으로 막힌 동서고가도로가 아닌 일반 도로였다면 음주 운전으로 자칫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고 신고 이유를 말했다.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대학생 윤창호씨가 뇌사 상태 46일 만에 숨진 사건을 계기로 음주 운전 사고를 강력하게 처벌하자는 '윤창호 법'이 발의되고 음주 운전을 뿌리 뽑자는 공감대가 확산하면서 A씨처럼 음주 운전 의심 신고 사례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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