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총리 교체를 둘러싼 국정 혼란 속에 스리랑카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하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민주주의를 훼손한 조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1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 남아시아·중앙아시아국(SCA)은 트위터 계정을 통해 "(미국은) 스리랑카 의회가 해산돼 정치 위기가 더욱 심화할 것이란 소식에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SCA는 "우리는 안정과 번영을 보장하기 위해선 민주적 기관과 절차가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대외관계청(EEAS)도 마야 코치얀치치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스리랑카 대통령의 의회 해산 조치를 비판했다.
EEAS는 "재소집을 앞두고 의회를 해산한 시리세나 대통령의 결정은 민주적 기관과 절차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훼손하고 정치·경제적 위기를 더욱 심화시켰다. EU는 스리랑카 헌법에 기반해 현재의 위기가 신속하고 평화롭게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시리세나 대통령은 자신과 정치적으로 대립해 온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를 지난달 전격 해임하고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을 새 총리로 앉힌 뒤 의회 활동을 이달 16일까지 중단시켰다.
하지만 위크레메싱게는 2015년 개헌으로 대통령의 총리 해임권이 없어졌다면서 이에 불복했다.
결국 한 국가에 두 명의 총리가 있는 어정쩡한 상황이 초래되고 국제사회의 압력까지 가중되자 시리세나 대통령은 의회를 재소집해 '진짜 총리'를 가리겠다고 했지만, 과반 지지를 얻는데 실패하자 의회를 해산하고 내년 1월 5일 조기 총선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현 의회는 2015년 총선에 따라 구성됐고, 스리랑카 헌법은 선거 후 4년이 지나기 전에는 의회를 해산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에 이런 조치 역시 위헌 논란을 낳고 있다.
시리세나 대통령이 새 총리로 임명한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과거 집권기 인권탄압 의혹과 친중(親中) 성향도 논란거리다.
2005년부터 10년간 스리랑카를 통치했던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소수민족인 타밀족 반군과의 내전 와중에 민간인 수만명을 살해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는 중국에서 대규모 차관을 빌려 함반토타 항(港)을 건설하는 등 재임 기간 중국과 친밀한 행보를 보였고, 스리랑카 정부는 이로 인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작년 함반토타 항의 운영권을 중국에 99년간 넘기는 협정을 체결해야 했다.
그런 그가 새 총리로 임명되자 미국은 4억8천만 달러(약 5천400억원) 상당의 원조 프로그램을 연기했다. 일본도 경전철 프로젝트와 관련한 14억 달러(약 1조5천800억원) 규모의 차관 제공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스리랑카의 인권이 후퇴할 경우 스리랑카에 대한 무관세 혜택을 철회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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