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방글라, 15일 난민 송환 개시 예고…1차 대상자 2천260명
난민촌 탈출 '보트피플' 등장…구호단체 '송환 시기상조' 우려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얀마와 방글라데시가 합의한 로힝야족 난민 송환 개시를 1주일 앞두고, 1차 송환대상 난민들이 강제 송환을 우려하며 극도의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11일 보도했다.
방글라데시 우키아에 있는 잠톨리 난민촌에서 6명의 가족과 함께 지내온 로힝야족 난민 아민(35)은 "1차 송환 대상자 명단에 내 이름이 포함됐다는 소식을 들은 뒤 강제송환될까 봐 걱정돼 잠도 못 자고 음식도 입에 대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현재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 인근에 있는 난민촌에는 100만 명에 육박하는 로힝야족이 머물고 있다.
이 가운데 72만 명은 지난해 8월 이후 '인종청소'로 불리는 미얀마군의 군사작전을 피해 국경을 넘은 아민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는 최근 이들 난민의 본국 송환에 합의하고, 과거 미얀마 거주 사실이 확인된 4천여 명 가운데 2천260명을 오는 15일부터 시작될 1차 송환대상으로 선정했다.
난민들은 송환의 조건으로 신변안전 및 시민권 보장, 잔혹 행위에 대한 배상 등을 요구했다. 미얀마 당국은 이에 대해 아직 공식 답변을 내놓지는 않았다.
방글라데시 측도 일단 본국행을 원하지 않는 난민을 강제로 돌려보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방글라데시 외무부 관리는 "강제 송환은 없다. 자발적인 송환이 이뤄지도록 난민을 설득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현지 유엔난민기구(UNHCR) 사무소는 본격적인 송환 개시 시점을 앞두고 방글라데시 정부와 함께 난민을 대상으로 송환 희망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난민들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일부 난민은 극도의 불안감과 함께 거부 의사를 표출했다.
로힝야족 난민 압두르 라힘(47)은 "강제로 미얀마에 돌아가라고 하면 차라리 약을 먹겠다. 사촌이 군인들의 총탄에 맞아 죽는 걸 봤다"며 "우리가 다시 박해를 받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고 반문했다.
19개월 된 어린 딸을 둔 로힝야족 여성 누르 카이다(25)는 "돌아가서 죽거나 강간을 당하느니 차라리 여기서 죽는 게 낫다"며 강력한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최근에는 일부 로힝야족 난민들이 자신들을 받아주는 말레이시아로 가겠다며 난민촌을 탈출, 무작정 배를 타고 말레이시아로 밀항하려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끔찍한 잔혹 행위의 기억이 생생한 미얀마로 돌아가느니 차라리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으려는 몸부림이었던 셈이다.
난민촌 탈출을 시도했던 무함메드 와레스(75)는 "비록 위험한 여행이지만 (미얀마로) 돌아가는 것보다 낫다"며 "그들이 왜 우리를 돌려보내려는지 모르겠다. 그들(미얀마군)은 우리를 바닷물에 던져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에서 활동 중인 난민 구호단체들은 최근 이런 난민들의 목소리를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에 전달하고 강압적인 난민 송환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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