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 킹' 한국 상륙…빛과 상상력으로 펼친 아프리카 초원

입력 2018-11-11 12:00  

'라이온 킹' 한국 상륙…빛과 상상력으로 펼친 아프리카 초원
9일 공식 개막…200여개 퍼핏·700여개 조명의 마법
디즈니, 20주년 기념 첫 해외투어…"마을 통째로 옮겼다"



(대구=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지난 9일 저녁 뮤지컬 '라이온 킹'의 개막 공연이 열린 대구 계명아트센터. 아기 사자 '심바'의 탄생을 알리는 첫 장면부터 객석의 탄성을 터졌다.
아프리카 토속 색 짙은 노래에 맞춰 선홍빛 태양이 두둥실 떠오르면 초원의 온갖 동물이 무대 위로 하나둘씩 등장한다. 태양에 닿을 듯한 기린이 유유히 무대를 거닐고 가젤은 떼 지어 뛰어다닌다. 치타는 앞발로 귀를 긁으며 등장하고 얼룩말은 줄무늬를 뽐내며 걷는다. 객석 통로에까지 형형색색 조류와 코뿔소, 코끼리까지 들어차면 공연장은 생명력이 꿈틀대고 아프리카의 광활함이 요동치는 사바나로 변신한다.

이날 개막한 뮤지컬 '라이온 킹'은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뮤지컬 제왕'이란 수식어에 걸맞은 강렬한 체험으로 객석을 압도했다.
1997년 11월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라이온 킹'은 그간 세계 25개 프로덕션에서 9천5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은 디즈니의 대형 히트작이다.
이 뮤지컬 탄생 20주년을 맞아 최초로 마련된 인터내셔널 투어 일환으로 이번 한국 공연도 성사됐다. 오리지널 창작진이 참여한 가운데 그간 세계 각국에서 '라이온 킹'에 출연한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아 투어팀을 꾸렸다.
이날 시작하는 대구 공연은 내년 1월 서울, 4월 부산 투어로 이어진다. 예매 열기는 이미 뜨겁다. 대구 공연은 티켓 오픈 당일에만 약 2만8천장이 팔려나가 지방 공연 기준으로 역대 최다 판매기록을 세웠으며, 한참 남은 서울 공연 역시 주말 주요 좌석은 거의 매진됐다.
아프리카 정글과 동물을 무대 위로 생생히 옮긴 '라이온 킹'의 무대 마술 핵심은 역으로 동물과 정글을 그대로 모방하지 않은 지점에 있었다.
배우들이 자기 신체와 200여개에 달하는 다양한 퍼핏(손 등 신체 일부를 결합해 조정할 수 있는 인형)을 결합해 동물들을 표현해내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사실적인 동물 묘사보다 관객의 상상력과 시적인 은유를 더해 매혹적인 정글을 완성한 것이다.
기린의 경우 배우의 얼굴과 팔, 다리가 다 노출된 가운데 긴 목 마스크가 연결되고, 가젤이 떼로 몰려다니는 모습은 배우가 천천히 바퀴를 미는 동작으로 구현됐다. 영양은 펄쩍펄쩍 뛰는 배우 팔에 매달려 포물선을 그리고, 새들은 긴 줄을 빙글빙글 돌리는 동작에 의해 하늘을 날아다녔다.
이 작품으로 여성 최초로 토니상 연출상을 받은 줄리 테이머는 이 같은 방식을 '휴매니멀'(휴먼과 애니멀의 합성어) 또는 '더블 이벤트'라 부른다. 그는 젊은 시절 인도네시아 지역에 머물며 아시아 전통 가면극과 인형극, 그림자극 등을 공부한 바 있는데, 이 작품 곳곳에서도 아시아적 은유와 상징을 발견할 수 있다.

'심바'와 사바나의 왕 '무파사', 왕위를 노리는 '스카' 등 주인공들의 마스크도 배우들의 표정과 연기가 생생하게 보일 수 있도록 머리 위에 얹혔다.
동물뿐 아니라 대평원과 별빛 등까지도 배우들의 연기와 춤으로 표현된다.
잔디 모자와 뿌리 모양의 치마를 입은 무용수들의 춤으로 드넓은 잔디밭이 펼쳐졌고, 화려한 색감의 꽃과 열매는 오트쿠튀르(맞춤복) 패션쇼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독창적인 의상들로 표현됐다.
배우들이 이 모든 걸 표현하다 보니 오히려 무대 세트는 단순하고 미니멀하다. 최첨단 장비나 대규모 스펙터클을 의도적으로 지운듯한 무대를 채우는 건 700여개 조명장치로 만들어낸 빛이다.
붉은 태양부터 푸른 하늘, 초록 정글, 칠흑 같은 밤까지 강렬하면서도 섬세하게 표현된 색감은 경이로운 대자연을 그려낸다.
오리지널 초연부터 지금까지 모든 '라이온 킹' 공연의 조명을 담당한 도널드 홀더는 이날 공연 전 기자들과 만나 "끝없는 아프리카 평원과 광활하게 빛나는 하늘을 구현해내는 게 관건이었다"며 "빛을 굉장히 다양하게 사용해 에너지를 불어넣고 아프리카 전통 재료나 재질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애니메이션에서 많은 사랑은 받은 캐릭터들은 무대에서도 객석의 귀여움을 독차지한다. '심바'의 절친한 친구이자 개그 콤비인 '티몬'과 '품바'는 애니메이션 모습 그대로 무대에 오른다.
각각 배우가 인형을 조정하는 일본 전통 인형극 분라쿠(文樂) 방식과 덩치 큰 퍼펫 인형을 입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캐릭터의 크기 차이까지 그대로 표현됐다.
이들이 신나게 부르는 '하쿠나 마타타'에 객석에도 추억과 웃음이 번졌다.
극이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무대 양옆에는 자막을 볼 수 있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다.
한국 관객들을 위해 일부 대사를 바꾼 부분도 눈에 띄었다.
대구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서문 시장'이나 동물원이 있는 '에버랜드' 등이 대사에 활용되는가 하면, 티몬은 '번데기 샌드위치'를 먹고 싶다고 외친다. 티몬은 극 중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는 재치를 보이기도 했다.
'생명의 순환'이라는 인류 보편적인 메시지, 팝의 전설 엘튼 존과 작사가 팀 라이스 콤비,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음악가 레보 엠, 영화 음악의 대부 한스 짐머가 완성해낸 토속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선율 등 때문에 극은 한국어 대사가 없더라도 친밀하게 느껴진다.
이번 인터내셔널 투어 총괄 이사를 맡은 펠리페 감바(월트디즈니 컴퍼니 시어트리컬 그룹 국제 협력부 디렉터)는 "결국 이 작품은 인간성과 인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공연을 보는 모두와 관련 있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이어 "오리지널 무대를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대규모 물류 작업을 거쳤다"며 "마치 마을 하나를 통째로 옮긴 것과 같은데 그 자체가 '라이온 킹'의 마법과 같은 지점"이라고 말했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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