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압박 맞서 체제선전장 활용 노렸지만 '반쪽 행사' 평가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국의 대중 무역 공세에 맞서 중국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제1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가 10일 막을 내렸다.
중국은 '수입'을 주제로 한 전례 없는 대규모 박람회를 체제 선전의 장으로 활용해 세계에 시장 개방 확대 메시지를 발신하려 했지만 외부 세계에서는 이런 약속이 그다지 미덥지 않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는 분위기다.
11일 상하이증권보에 따르면 쑨청하이(孫成海) 중국국제수입박람회국 부국장은 전날 오후 폐막 기자회견에서 지난 5일부터 엿새간 진행된 박람회 기간 총 578억달러(약 65조원) 규모의 수입 의향 계약이 체결됐다고 밝혔다.
분야별 계약액은 첨단장비 164억6천만달러, 소비가전 43억3천만달러, 자동차 119억9천만달러, 패션·일용품 33억7천만달러, 식품·농산품 126억8천만달러 등이었다.
앞서 홍콩 언론들은 이번 행사 기간 거래액이 최대 3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 중국이 푼 '돈 보따리'는 이보다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미국과의 전면적 무역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열린 이번 박람회를 전략적 외교무대로 활용하려 했다는 평가다.
특히 보호무역 반대, 자유무역 확대라는 슬로건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무역행태를 비판하고 제3국들을 적극적으로 우군화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첫 수입박람회의 성공을 위해 각 기업에 수입 실적을 올릴 것을 강력히 독려하면서 아직 의향 단계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기대 이상의 목표를 달성한 것처럼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 5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향후 15년간 자국이 각각 30조달러, 10조달러 어치의 상품과 서비스를 수입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중국을 '세계의 공장'이 아닌 '세계의 시장'으로 각인시키려 노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수치가 박람회의 성공을 선전하기 위해 부풀려진 것에 불과하며 실질적인 중국의 수입 확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의 한 경제 소식통은 "많은 중국 기업이 언젠가 체결해야 할 수입 계약을 이번 행사 기간에 집중적으로 체결한 것으로 보고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며 "많은 경우 단순한 이월 효과에 불과하고 연간으로 봤을 때는 수입 확대 효과가 있을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11일 "중국은 경제 개방 확대 의지의 상징으로 대대적으로 선전하지만 회의적인 이들은 (구매의향) 숫자가 정말로 진실한 얘기를 하고 있는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서방 국가들이 거리 두기에 나서면서 중국이 이번 행사를 통해 소기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세계 각국의 정상급 인사들까지 대거 초청해 자국을 미국의 일방주의 횡포에 맞선 '자유무역 수호자'로 각인시키려 했지만 신·구 사회주의권 국가, 제3세계 국가들만 호응하고 나서면서 중국의 확실한 우군이 누구인지만을 확인하는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했다.
또 시 주석이 개막식 때 개혁개방 지속, 시장 개방 확대 의지를 피력했지만 서방권을 중심으로 새롭고 구체적인 내용이 결여됐다는 혹평이 나왔다.
주중국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는 6일 낸 논평에서 "구체적인 정책이나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은 채 이러한 약속을 반복하는 것에 대해 유럽 기업들은 갈수록 둔감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밖에도 시 주석은 상하이 방문 기간 중국판 월스트리트로 불리는 상하이 금융 중심지 루자쭈이(陸家嘴)에서 외국 기업에까지 공산당 조직을 더욱 확대하라고 지시함으로써 시장 개방 확대에 초점을 맞춘 메시지 관리에 실패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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