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묘지 참배 안한 트럼프에 안팎 비판…"날씨가 대수냐"

입력 2018-11-11 17:47  

미군묘지 참배 안한 트럼프에 안팎 비판…"날씨가 대수냐"
백악관 "헬기 비행 안전하지 않아 취소"…트럼프는 대사관저 머물러
前정부 관계자들 비판 트윗…처칠 외손자 "트럼프는 날씨조차 못견뎌"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악천후를 이유로 10일(현지시간) 파리 인근의 미군묘지 참배 일정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파리에서 북동쪽으로 100㎞ 떨어진 '앤마른 미군묘지'에 가서 화환을 바치고 묵념을 할 예정이었다.
이곳에는 미 해병대 역사에 전설로 남은 '벨로 숲 전투' 전사자들이 묻혀 있다.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은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원'이 비행하기에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해 이날 일정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날 파리 일대에는 온종일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구름이 꼈다.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인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다수의 백악관 참모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대리해 앤마른 미군묘지를 참배했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담 및 오찬 이후 숙소인 주프랑스 미국 대사관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백악관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에 있는 미국 대사관저에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은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파리 외곽의 여러 장소에서 공식 일정을 소화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마크롱 대통령 등 다른 나라 정상들의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전임 정부 인사들은 잇따라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지낸 벤 로즈는 트위터에서 "난 오바마 전 대통령의 모든 방문 일정을 8년 동안 도왔다. 항상 비에 대비한 옵션이 있다"라며 날씨에 대비한 '플랜 B'가 없었다는 점에 의구심을 표했다.
로즈 전 부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전 정치쇼를 위해 미군을 사용할 것이지만, 미국을 위해 싸우다 전사한 사람들을 기리는 대신 호텔에 앉아 있다"고 비난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을 담당했던 데이비드 프럼도 트위터에서 "대통령이 이처럼 중요한 기념일에 참석하기 위해 프랑스까지 와놓고서 100년 전 오늘 이뤄진 승리가 있기까지 프랑스에서 목숨을 바친 미국 장병들에게 경의를 표하기보다는 호텔 방에 머물면서 TV나 보고 있다는 건 믿기 힘든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2차 세계대전의 영웅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외손자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처칠의 외손자인 니컬러스 솜스 영국 하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그들(미군)은 적을 향한 채 전사했는데 저 한심하고 무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사자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날씨조차도 견뎌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는 그의 위대한 나라를 대표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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