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젊은이들의 결혼 키워드는 '역산혼'과 '삼평'

입력 2018-11-12 10:44  

일본 젊은이들의 결혼 키워드는 '역산혼'과 '삼평'
'내년 4월 연호 바뀌기 전에'…결혼 서두르는 커플 증가
거품경제기 '3고'에서 헤이세이 세대는 '삼평'으로 눈높이 낮춰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내년 4월30일로 예정된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퇴위를 앞두고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연호가 바뀌기 전에 서둘러 결혼하려는 분위기가 갑자기 높아지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의 연호 '헤이세이(平成)' 시대를 살아온 세대들이 자신들의 세대를 상징하는 시대가 끝나기 전에 결혼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서다. 아키히토 일왕은 올해로 즉위 30년을 맞았다. 20대라면 헤이세이 시대에 태어난 세대이고 30대 이상이라도 미혼이라면 생의 대부분을 헤이세이 시대에 보낸 사람들이다.


"기왕이면 헤이세이가 끝나기 전에 결혼하고 싶다. 학창시절의 추억이 서려 있고 졸업후 입사해 선배들에게서 '헤이세이 출생이군'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이 연호가 익숙하다. 새 연호가 시작되기 전에 결혼하는 것으로 헤이세이 시대를 마무리하고 싶다."
이전 연호인 쇼와(昭和) 끝 무렵에 태어난 4살 연상의 남성과 헤이세이 시대 마지막 날 사흘 전인 내년 4월27일 결혼하기로 했다는 가쓰베 나오리(28)는 NHK에 연호가 바뀌기 전에 결혼하기로 결정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올해 4월에 프러포즈를 받고 즉석에서 헤이세이가 끝나기 전에 식을 올리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약혼자인 야마구치 가즈히로(32)도 "연호를 별로 의식하지 않았는데 듣고 보니 그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쇼와 시대에 태어났지만 철들면서 헤이세이 시대를 살아왔다. 헤이세이 마지막에 결혼해 새 연호와 함께 새로운 생활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업계도 이런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다. 요코하마(橫浜) 시내에 있는 한 호텔은 '헤이세이 막차 플랜'을 내놓았다. 예식과 피로연 외에 헤이세이 원년에 개통한 베이브릿지를 조망할 수 있는 크루즈티켓을 제공하고 사전 사진촬영비용을 헤이세이 마지막해인 31년에 맞춰 31% 할인해 주는 플랜이다. 저렴하다는 느낌 때문인지 7월부터 10월까지 28쌍이 예약,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었다.
도쿄(東京) 미나토(港)구의 한 예식장은 내년 4월까지 식을 올리는 커플을 대상으로 드레스 등의 의상비를 최대 80만 엔(약 800만 원) 정도 할인해 주는 플랜을 준비했다. 예식장 운영자는 "예약이 작년 실적을 웃돌고 있다. 헤이세이 마지막 날까지 한정된 기간에 식을 올리려는 고객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연애와 결혼문제에 밝은 마케팅 작가인 우시쿠보 메구미는 헤이세이 시대 출생자들이 결혼을 서두르는 이유로 헤이세이 시대가 끝난다는 시대 구분 외에 결혼시기와 결혼상대를 결정하는 헤이세이 세대의 키워드로 "역산혼(逆算婚)"과 "삼평(三平)"으로 설명했다.


'역산혼'은 말 그대로 거꾸로 계산해 결혼시기를 정한다는 말이다. 자신이 그리는 장래 이력설계에서 거슬러 계산해 결혼시기를 정하는 것이다. 일하는 여성이 늘면서 조기에 결혼해 아이를 낳는게 '가성비'(일본에서는 코스트 대비 얻는 퍼포먼스라는 뜻에서 '코스파'로 부름)가 좋다고 생각한다. 부모들이 건강할 때 아이를 낳아야 할아버지, 할머니에게서 육아도움을 받을 수 있고 직장에 복귀하기도 쉬워 결과적으로 이력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계산이다. 대학에서 캐리어(이력) 교육이 활발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삼평'은 여성이 결혼상대에게 요구하는 조건을 가리키는 말로 '평범한 외관, 평균적인 연봉, 평온한 성격'을 의미한다. 거품경제기에는 '고신장(큰 키), 고수입, 고학력' 등 이른바 '삼고(三高)를 찾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디플레와 저성장속에 맞벌이가 일반화된 헤이세이 시대를 산 세대는 결혼후에도 계속 일한다는 걸 전체로 가사와 육아를 분담하면서 얌전하고 조용하게 살 상대를 찾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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