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보도…"정보기관 고위급 참석, 이란군 수뇌 제거 논의"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의 배후라는 의혹을 받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주요 측근들이 1년 전 민간 업자들과 정적 암살을 모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해당 내용을 알고 있는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1일 이같이 보도했다.
특히 작년 3월 있었던 모의에는 사우디 정부가 지난달 초 발생한 카슈끄지 사건의 책임을 물어 경질한 2성 장군 출신의 정보기관 부국장 아흐메드 알 아시리도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멘 전쟁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알 아시리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최측근 가운데 한 명으로 분류된다.
알 아시리를 포함한 사우디 정보기관 관리들과 만남에서 민간 업체의 이 사업가(businessmen)는 이란을 상대로 한 경제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면서 운용 기금으로 20억달러를 거론했다.
그러나 알 아시리의 측근들은 이란 군부의 실세이자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인 거셈 솔레이마니의 제거, 즉 암살에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솔레이마니는 미국 정부에도 '눈엣가시' 정도로 여겨지는 인물이기도 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7월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솔레이마니를 지목하면서 "이라크 시리아를 돌아다니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와 그의 조직이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당시 부왕세자이자 국방장관으로서 실세로 등장하기 시작할 시점이었고, 이때부터 그의 측근들은 정적 제거 등의 암살 모의들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해석했다.
그러나 그러한 제안에 이 사업가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거절했다고 한다.
이 모의는 레바논계 미국인인 조지 네이더라는 인물이 주선했고, 이스라엘의 정보·보안기관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조엘 자멜이라는 이스라엘인도 참석했다고 NYT는 전했다.
네이더는 UAE 왕실의 고문으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모의에 앞서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난 적이 있었고, 모의에서 거론된 내용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관리들에게 전달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네이더는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고 난 뒤 자주 백악관 관리들을 만나 이란에 대한 경제 전쟁 모의를 했다고 한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입수한 네이더의 이메일에는 그가 알 아시리와 함께 논의한 프로젝트들과 관련해 가끔 무함마드 왕세자와 대화한 사실을 언급하고 있다.
네이더는 작년 초 이메일에 "M.B.S.와 진정으로 훌륭한 만남을 가졌다"고 쓴 적이 있다.
M.B.S.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영문 이니셜이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관련 검토와 논의를 알 아시리 장군과 함께하라'는 답을 줬다고 네이더는 덧붙였다.
여기에 언급된 내용이 관련 모의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NYT는 분석했다.
한편, 자멜이 소유한 'Psy-Group'이라는 업체는 소셜미디어의 가짜 아이디를 이용해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의 경쟁 후보들을 흠집 내는 여론조작을 한 정황이 드러나 로버트 뮬러 미국 특검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hope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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