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對러시아 제재에 희생양 되면 곤란…계약 파기할 수도"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한국과의 차세대 전투기(KF-X/IF-X) 공동투자·개발 사업을 재협상하기로 한 인도네시아가 러시아제 전투기 도입 사업도 연기하거나 중단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12일 인도네시아 군사 전문매체 밀리트르(Militer)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올해 2월 러시아의 최신예 다목적 전투기인 수호이(Su)-35 11대를 구매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11억4천만달러(약 1조3천억원)로 알려졌다.
Su-35는 3천600㎞에 이르는 항속거리와 고속 기동성, 우수한 근접 전투성능을 두루 갖춘 현역 러시아 최고의 전투기로 꼽힌다.
문제는 이 계약이 미국이 지난해 제정한 '러시아·북한·이란에 대한 통합제재법'(CAATSA)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 미국 정부는 중국이 러시아에서 Su-35 전투기 20대와 지대공미사일 S-400 1개 포대를 구매한 것과 관련해 올해 9월 중국 인민해방군 중앙군사위원회 장비발전부(EDD)와 책임자 리상푸(李尙福) 부장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
제재 대상이 되면 수출 자격이 정지되며 미국 관할권 내 외환거래가 금지되고 미국 금융 시스템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중국은 계약 시점이 CAATSA가 제정된 작년 8월 이전이라는 점을 내세워 제재의 부당함을 주장했지만, 올해 계약을 체결한 인도네시아는 이런 반론도 제기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런 까닭에 현지 언론들은 지난달부터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인도네시아의 Su-35 도입 사업이 난항에 부닥쳤다고 보도해 왔다.
미국 방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은 이런 상황을 틈타 F-16 전투기의 최신기종인 F-16V '바이퍼'를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방산업체 로스텍의 빅토르 클라도프 국제협력국장은 최근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와 맺은 계약은) 연기되지 않았다. 몇 가지 기술적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군 내부에선 Su-35 도입 계약을 파기하고 F-16 등을 대신 수입하는 방안이 이미 거론되는 모양새다.
노브얀 삼요가 인도네시아 공군 정보국장은 지난 7일 영국 군사전문매체 IHS 제인스 360과 한 인터뷰에서 미국이 제재에 나선다면 인도네시아는 계약을 파기하고 "서방제 전투기"를 구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통화가치가 급락하자 인도네시아 정부가 돈줄을 죄고 있다는 점도 Su-35 도입 사업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최근에는 신흥국 금융불안 등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을 이유로 한국과 KF-X/IF-X 사업 참여 조건을 재협상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도네시아는 작년도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 사업 분담금 등 2천380억원 상당을 한국 정부에 지급하지 않은 상황이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