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비정규직 대표단 100인, 4박5일간 비정규직 철폐 공동행동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함께 잘사는 포용 국가'를 만들겠다는 말을 수도 없이 되풀이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함께 사는 포용 국가를 이룰 수 없습니다."
민주노총 소속 비정규직 대표단 100인은 전태일 열사 48주기를 하루 앞둔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파견법·기간제법 폐기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등을 촉구하며 문 대통령과 만나 대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수억 기아차비정규직지회장은 "문 대통령은 당선 이후 재벌총수를 청와대에 불러 만찬을 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며 13일 오전까지 만남에 응할지 답해줄 것을 청와대에 요구했다.
기자회견에서는 LG유플러스 홈서비스센터, 한국GM 창원공장, 한국잡월드, 화물운송업, 맥도날드 등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마이크를 잡고 잇달아 서러움을 토로했다.
비정규직노동자의집 이사장인 조현철 신부는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인천공항을 찾아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를 외쳤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곳에서 함께 사는 희망을 봤지만, 어느새 그 희망은 환멸과 실망이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내놓는 대책이 (어떻게) 하나같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상황에 반하고, 기업과 자본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정부의 대책을 본 비정규직 당사자들이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대표단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노동악법 철폐! 불법파견 처벌! 직접고용 정규직 쟁취!'라고 적힌 손바닥 모양의 조형물과 현수막을 들고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까지 행진했다.
오후 3시 30분께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 도착한 대표단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에 자신들의 요청서를 전달하겠다며 청와대 방향으로 진입하려다 경찰과 2시간 가까이 대치했다.
경찰은 "신고된 범위를 이탈해 불법집회를 하는 것은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해산을 촉구했고, 대표단은 "요청서만 전달하고 오겠다"며 반발했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폴리스라인을 무너뜨리거나 의경 방패를 빼앗기도 했으며, 또 다른 참가자들은 바닥에 드러누웠다. 이 과정에서 과격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한국사회 불평등의 핵심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4박 5일간 공동행동'의 첫발을 뗀 것으로 이들은 13일은 법원과 대검찰청, 14일은 국회, 15일과 16일은 청와대 앞에서 잇달아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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