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지난 2개월여간 서울 숙명여고 문제유출 의혹을 수사해 온 경찰이 혐의를 받아온 전임 교무부장과 쌍둥이 딸들을 모두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문제가 유출된 장면을 포착한 물증은 없으나 정황증거가 20여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이들 자매가 미리 정답을 알고 암기한 후 시험지를 받자마자 시험지 밑에 정답을 작은 글씨로 적은 뒤 OMR 카드에 옮겨적은 것으로 본다고 경찰은 말했다. 전 교무부장과 관련해서도 시험지를 교무실 금고에 보관한 날 초과근무 대장에 기록하지 않고 혼자 야근한 사실도 밝혀졌다.
그렇지 않아도 고교 내신에 대한 불신이 쌓여가는 가운데 이번 숙명여고 사건은 고교 내신,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하는 수시전형에 대한 불만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번 사건 이전에도 교내 시험지 유출 사고가 여러 건 있었고, 부모가 교사로 있는 학교에 자녀가 다니는 경우 시험지 유출까지는 아니더라도 수행평가 점수 등과 관련해 자녀에게 특혜가 간다는 의심은 있었다. 전국 고교 2천360여개 학교 가운데 560여개 학교에서 부모가 교사인 학교에 자녀가 재학 중이다.
내신 비리가 발생하는 것은 대학입시에서 내신의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쌍둥이와 같은 고교 2학년 학생들이 치를 2020학년도 대입에서는 전국 4년제 대학의 모집인원의 77.3%가 수시모집으로 선발된다. 수시모집은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내신성적이 주가 되는 교과전형이 아니더라도 종합전형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교과성적이 요구된다. 그러니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내신성적 1~2점에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신 관리에 대해 제도적 허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상당수 학교에 내신 시험지나 답안지를 관리하는 장소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어있지 않다. 내신 시험문제 출제에서 보관, 채점까지 전 과정에 대해 관리를 강화하고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하는 상피제 적용을 검토해서 수험생과 학부모를 안심시키는 것이 우선으로 해야 할 일이다.
내신에 문제가 많으니 대입에서 수시전형 비중을 줄이고 정시전형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수시전형의 긍정적인 면을 무시할 수는 없다. 정시전형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라는 확실한 근거가 있기 때문에 객관성, 공정성은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주입식 교육으로 흐르게 하는 등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1년에 한 번 치는 수능으로 당락이 엇갈리는 것도 불합리하다.
숙명여고 사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아버지와 쌍둥이 딸 모두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최종 결론은 법원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들에 대한 징계와 성적 재산정 문제도 풀어야 한다. 많은 수험생이 이번 일로 충격과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수험생들이 안심하고 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학교와 교육청, 교육부가 나서서 내신제도의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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