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검표로 갈라진 플로리다…'2000년 대선 논란' 재연 조짐

입력 2018-11-13 10:17  

재검표로 갈라진 플로리다…'2000년 대선 논란' 재연 조짐
후보간 소송전, 민주 우세지역 개표 논란 등 18년 전과 판박이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11·6 미국 중간선거를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플로리다 주가 지난 2000년 대선 논란을 재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지사와 상원의원, 주 농무장관 등 3개 선거를 동시 재검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주 전체가 공화·민주 양당으로 갈라져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이는 것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가세해 논란을 더욱 키우는 분위기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12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재검표와 이를 둘러싼 후보들 간 소송전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귀결된 2000년 대선 '재검표 전쟁'을 연상시킨다고 보도했다.
당시 부시 전 대통령과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플로리다 주에서 얻은 득표수 차이는 수백 표에 불과해 당선인을 확정하는 데 5주일이나 걸렸다. 그 과정에서 후보들 사이에서 치열한 소송전이 벌어졌고,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부시 대통령의 승리가 선언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3개 선거 중 릭 스콧 공화당 후보와 빌 넬슨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 차이가 0.15%포인트(1만2천500여 표차)에 불과한 상원의원 선거가 대표적이다. 두 후보는 이미 서로를 겨냥해 법원에 각각 다수의 소송을 제기했다.
주지사 선거에서도 공화당 론 드샌티스 후보가 49.6%의 득표로 49.2%를 기록한 민주당 앤드루 길럼 후보를 0.41%포인트 앞지르는 등 초박빙의 결과를 나타냄에 따라 재검표에 들어간 상황이다.
민주당 유권자들이 많은 브로워드 카운티와 팜비치 카운티가 재검표 논란의 진원지가 됐다는 사실도 2000년 대선과 올해 중간선거 재검표 사태의 공통점이다.
스콧 후보는 팜비치와 브로워드 카운티에서 민주당 후보의 표를 부풀리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주 사법집행국의 조사를 요청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8일 트위터를 통해 "법집행 당국이 브로워드와 팜비치에서 '선거 사기'(Election Fraud)와 관련된 또다른 거대 부패 스캔들을 조사할 것"이라며 아예 '선거 부정'으로 몰고갔다.
프랑스 방문을 마치고 12일 귀국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로운 트윗을 올려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르는 많은 수의 새 투표가 나타났고 많은 표들이 사라지거나 위조됐다. 진실한 개표는 더이상 불가능하다"라며 플로리다 선거당국이 스콧 후보와 론 드샌티스 공화당 주지사 후보의 승리를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2000년 대선 때 플로리다 주지사였던 젭 부시도 과거 자신이 브로워드 카운티 선거감독관으로 임명한 브렌다 스나입스의 경질을 촉구하면서 "그는 플로리다 주 법을 지키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해당 카운티에서 선거 부정이 저질러졌다는 명확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고 더힐이 전했다. 플로리다 사법집행국도 아직 조사에 착수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도 맞불을 놨다. 넬슨 후보 캠프는 우편 투표에 기재된 서명이 유권자 명부에 공식 등록된 서명과 일치해야만 유효표로 인정하는 플로리다 주 법이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넬슨 후보는 현직 주지사인 스콧 후보의 영향력 행사를 경계하면서 "스콧은 모든 표가 개표되면 자신이 선거에서 질까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당 후보 사이의 치열한 신경전을 지켜본 수전 맥매너스 사우스플로리다대 정치학 교수는 더힐에 "지금 일어나는 일은 두 정당과 후보 사이의 복싱 경기와 마찬가지"라면서 "법원을 통해 모든 길을 열어놓기 위해 모두가 소송을 제기한다는 점에서 2000년(대선)의 재연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그러나 재검표로 주 단위 선거의 결과가 뒤바뀐 역사는 거의 없다고 더힐은 지적했다. 선거 전문가들도 민주당의 넬슨 상원의원 후보와 길럼 주지사 후보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둘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다만 재검표 사태가 수개표까지 이어질 경우 무효표 분류를 놓고 추가로 소송전이 벌어져 최종 당선인 확정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재검표는 오는 15일 오후 3시까지 1차로 기계로 재검표를 하고, 그 결과 후보 간 득표율차가 0.25%포인트를 넘지 않을 경우 오는 17일까지 수작업으로 2차 재검표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팜비치 카운티의 선거감독관 수전 부셔는 CNN 방송에 "목요일까지 3개 선거의 재검표를 끝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마감시한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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