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범죄 우려에 3.2km구간 경찰헬기 뜨고 건물옥상엔 저격병 배치
13일 첫 진술 구스만, 아내 포옹도 불허돼…법원, 배심원단 익명으로 '철벽보호'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61)에 대한 재판이 본격화됐다.
배심원단 구성이 완료된 가운데 13일(현지시간)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에서 첫 심리가 열린다. 구스만의 모두 진술이 예정돼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엘 차포'라는 별명으로 불려온 구스만은 악명 높은 범죄조직 '시날로아 카르텔'을 운영하며 살인과 폭력을 통해 '마약 왕국'을 세웠다.
1989년부터 2014년 사이에 미국 각지에서 200t이 넘는 마약밀매, 돈세탁, 살인교사, 불법 무기소지 등의 혐의로 17번 기소됐다.
멕시코에서 붙잡혔으나 두 차례 탈옥했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그의 탈옥 과정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2016년 1월 멕시코의 한 가옥에서 다시 체포됐고 작년 1월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됐다. 그는 이후 보안이 삼엄한 뉴욕 맨해튼의 연방 교도소에 수감됐고, 지난 1년 동안 강 건너 브루클린에 있는 법원을 오가며 재판에 앞서 사전심리를 받았다.
17건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구스만이 법정으로 출두하는 날이면 미 당국은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잇는 브루클린 다리를 통제하는 호송 작전을 폈다. 시민들은 극심한 교통체증을 겪었다.
미정부는 세기의 재판이자, '고위험 재판'인 이번 재판에 철저히 대비해왔다.
앞으로 3∼4개월 계속될 재판 기간에 구스만 본인은 물론 판사, 배심원단, 증인과 일반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게 당국의 최우선 과제다.
법원은 앞서 이날 심리에 앞서 구스만이 자신의 아내를 잠시 껴안는 것을 불허했다. 이런 신체접촉이 또 구스만의 탈옥 욕구를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뉴욕 시민 가운데 임의로 선정된 12명의 배심원이 누구인지는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배심원들은 법원에 올 때, 법원 집행관들의 호위를 받는다.
그런데도 한 여성 배심원은 자신의 신분이 드러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보였고, 또 다른 배심원은 공황발작을 일으켜 병원으로 실려 간 것으로 전해졌다.
배심원 가운데 한 명은 팝가수 마이클 잭슨을 흉내 내는 모창 가수인데, 신분이 쉽게 드러날 수 있다는 특수성 때문에 배심원에서 해촉됐다.
구스만의 변호인단은 "현재 구스만이 배심원들을 다치게 할 능력을 갖췄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구스만의 과거의 청부살인 전력이 재판을 초긴장으로 몰아넣고 있다.
자신의 마약밀매조직을 보호하고, 증인들의 입을 막기 위해 또 그런 범죄를 시도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현재 '시날로아 카르텔'을 운영하는 그의 두 아들이 증인에 대한 보복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 경찰(NYPD)은 구스만에 대한 암살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이 카르텔 내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경찰 관계자는 말했다.
재판 기간, 구스만은 매주 월요일 아침 무장차량에 탑승해 맨해튼의 교도소를 출발해 브루클린의 법정으로 가고, 금요일에 교도소로 돌아온다. 브루클린에서 지내는 평일 5일 동안에는 공개되지 않은 모처에서 지낸다.
이 동선이 3.2km에 불과한데도 주변 빌딩의 옥상에는 경찰 저격병들이 배치되고, 상공에서 호송을 감시하는 경찰 헬기가 뜨는 등 삼엄한 경비가 펼쳐질 예정이다.
구스만은 맨해튼의 교도소에서도 하루 23시간 감방에 갇혀 있었다. 변호인단을 제외한 어떤 외부 접촉도 허용되지 않았다.
변호인단은 독방의 실내온도가 낮고, 깨끗한 이불이 없었으며, 구스만의 읽을거리라곤 재판 자료뿐이었다고 항의했다. 구스만은 수돗물 때문에 목이 따끔거린다고 호소한 후에야 교도소 안에서 병에 든 생수를 사먹는 것을 허락받았다.
그는 미국으로 인도된 후 교도소의 엄격한 통제상황 때문에 자신의 건강이 더 나빠지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로이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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