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美주교회의에 "성추문 방지책 투표 연기하라"

입력 2018-11-1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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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美주교회의에 "성추문 방지책 투표 연기하라"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교황청이 미국 가톨릭주교회의(USCCB)가 추진 중인 성 추문 방지대책 투표를 연기하도록 주문했다고 USCCB 의장 다니엘 디나르도 추기경이 12일(현지시간) 밝혔다.


디나르도 추기경은 이날 미 볼티모어에서 예고 없이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지난 11일 이런 내용을 통보받았으며 교황청의 주문에 실망했다"고 말했다고 CNN 방송이 전했다.
그는 "교황청의 주장에 따라 성 추문 위기와 관련된 2가지 행동 방안에 대해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나르도 추기경은 "성 추문 방지대책을 만들어 행동에 돌입하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허사가 됐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이번 주 열린 USCCB에서 제시된 대책안은 교황청이 반대하거나 수정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으려고 지난달 30일 최종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드나르도 추기경은 막바지 순간에 나온 교황청의 주문은 USCCB의 개혁 조치를 보류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에 앞서 지난 10일 미국 주재 교황청 대사 크리스토프 피에르 대주교를 만난 것으로 돼 있다.
미국 추기경과 주교들은 지난 수 주간 성 추문 방지대책안을 놓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책안은 새로운 정책을 논의하고 채택하기 위해 매년 2차례 열리는 미국 내 275명의 현역 추기경과 주교로 구성된 USCCB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번 USCCB에서는 성 추문과 관련된 논의가 이뤄지고 구체적인 몇 가지 대책을 놓고 투표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됐다.
논의된 대책 가운데에는 성 추문이 발생했거나 성 추문 행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을 경우 주교회의에 긴급전화를 걸도록 하는 방안을 비롯해 성 추문으로 사임하거나 현직에서 배제된 주교들을 대상으로 한 행동 규범 등이 들어 있다.
추기경과 주교들은 이런 방안 등을 놓고 여전히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교황청이 투표 연기를 주문했기 때문에 이번 주에는 투표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교황청 대변인은 아무런 논평을 내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주교 등의 성 추문 사건이 이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표적으로 시어도어 매캐릭 전 미국 추기경(88)이 성추행 및 은폐 사건에 휘말려 있다.


kyun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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