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29명 사망한 LA 그리피스 산불보다 더 큰 피해…85년만에 최대
트럼프 주요 재난지역 선포…"신속하게 대응·모든 피해자에 신의 가호"
실종자 200여명 사망자 더 늘어날듯…매일 시신 여러 구 추가로 수습
바람 잦아들어 남가주 일부 대피령 해제…완전진압엔 3주 걸릴 듯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북부에서 일어난 대형산불인 캠프파이어로 인한 사망자 수가 42명으로 늘었다.
주(州) 재난 역사상 단일 산불로는 역대 최대 인명 피해로 기록됐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방송과 외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북부 뷰트카운티 경찰국의 코리 호네아 국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오늘 자로 13명의 시신이 추가 수습돼 전체 사망자가 42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호네아 국장은 이번 산불이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산불이라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1933년 로스앤젤레스(LA) 그리피스파크에서 일어난 그리피스 파이어로 29명이 사망한 것이 역대 최악의 단일 산불 인명피해로 남아 있다. 두 번째는 1991년 오클랜드 북쪽에서 일어난 터널파이어로 25명이 사망했다.
캠프파이어는 85년 만에 단일 산불 최다 인명 피해 기록을 넘어섰다.
하지만 전날까지 연락이 두절된 주민 수가 228명에 달해 사망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8일 발화한 캠프파이어로 300㎢ 이상의 산림과 시가지가 불에 탔고 가옥과 건물 7천100여 채가 전소했다.
특히 인구 2만7천여 명인 뷰트카운티 파라다이스 마을은 주택가와 상가 전체가 불타면서 폐허로 변했다. 이 지역에는 65세 이상 노년층 주민이 4분의 1에 달해 인명 피해가 컸다.
파라다이스 마을 주변에서는 애초 5구의 시신이 발견된 데 이어 매일 수색이 진행되면서 하루에 최대 10여 구의 시신이 추가로 나왔다. 현장에 DNA 감식팀을 포함해 수색팀이 사망자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남부 캘리포니아 말리부 주변에서 일어난 울시파이어로 불에 탄 차에 있던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북부와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난 이번 동시다발 산불로 인한 전체 사망자는 44명으로 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저녁 캘리포니아주 산불 피해 지역을 주요 연방 재난지역으로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처는 전날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믿을 수 없는 고통을 덜어주고자 주요 재난선포 요청에 신속하게 대응하고자 했다"면서 "항상 여러분들과 함께 하고 있다. 모든 희생자와 유족에게 신의 가호를 있기를 빈다"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지난 8일부터 캠프파이어(북부 뷰트카운티), 울시파이어(남부 말리부 주변), 힐파이어(남부 벤투라 카운티) 등 대형 산불 3개가 발화해 닷새째인 이날까지 서울시 면적(605㎢)보다 넓은 840㎢ 이상의 산림과 시가지를 태우고 있다.
마을 전체가 폐허로 변한 파라다이스 주변 산불이 밤새 남쪽 오로빌 호수 쪽으로 옮겨붙었다.
캠프파이어는 현재 진화율이 25% 정도에 머물러 있다.
전날 최고 시속 100㎞의 돌풍을 동반한 샌타애나 강풍이 불면서 진화 작업을 더디게 했다. 일명 '악마의 바람'으로 불리는 샌타애나 강풍은 이날 오후까지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에 영향을 미쳤다.
이날 오후 들어 바람의 세기는 시속 60㎞ 미만으로 줄었다.
캘리포니아 3곳에 발화한 이번 산불을 완전히 진압하는 데 3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남 캘리포니아 LA 북서쪽 부촌 말리부 주변의 울시파이어는 335㎢의 산림과 시가지를 태웠다. 이 불로 전소한 주택은 약 370채로 집계됐다.
울시파이어의 위협을 받는 주택은 여전히 5만7천 채에 달한다.
이 불은 이날 오후 진화율이 20%로 올라갔다. 전날까지는 5%였다.
벤투라 카운티의 힐파이어는 진화율이 80%까지 올라가 진정 국면이다.
남부 캘리포니아에서는 일부 지역에 대피령이 해제되면서 수만 명의 주민이 집으로 돌아갔다.
[로이터 제공]
그러나 이날 아침 LA 카운티 시미밸리와 챗워스 사이 118번 고속도로 주변에서 또 다른 산불이 발화해 소방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 불은 피크파이어로 명명됐으며 아직은 피해 상황이 크지 않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한편, 이번 동시다발 산불의 원인으로 전력회사의 파손된 설비가 지목되면서 당국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북캘리포니아 산불 피해 지역 주민인 베시 앤 코울리는 산불이 일어나기 하루 전인 지난 7일 이 지역에서 전기를 공급하는 PG&E(퍼시픽가스일렉트릭)로부터 "전력선이 스파크를 일으키고 있어 직원이 방문할 필요가 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끊어진 전력선에서 튄 스파크가 산불의 발화 원인이 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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