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외무장관, 사우디 방문 국왕·왕세자 면담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대한 우려 솔직히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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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1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살만 국왕,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등 사우디 왕실 최고위 인사와 만나 예멘 내전을 조속히 끝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헌트 장관은 13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로이터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예멘 내전은 인도주의적으로 절체절명의 긴급한 상황에 직면했다는 점을 모든 이(사우디 왕실)에게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아주 짧은 기회가 있을 뿐이다"라며 "사우디 정부가 신뢰를 구축하겠다는 뜻을 보이려고 치료해야 할 예멘 반군 부상자 50명을 (국외로) 빼낸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부상자 이송은 9월 성사될 뻔했던 예멘 평화협상에서 예멘 반군 측이 요구했던 조건 중 하나다.
헌트 장관은 "이 문제(부상자 이송)가 해결된다면 평화협상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매우 중요하다"며 "오늘 만난 사우디 왕실의 평화협상을 하겠다는 진정성은 확실했다"고 말했다.
영국은 미국과 함께 사우디에 무기를 수출하는 주요 서방 국가 중 하나다.
스웨덴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의 무기 수출 가운데 사우디는 36%(11억 파운드. 약1조6천억원)를 차지한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사우디에 예멘 내전에 사용되는 무기를 수출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하지만 영국 정부는 예멘의 민간인 피해를 우려하면서도 막대한 돈과 일자리가 걸렸다며 무기 수출 중단엔 소극적이다.
영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사우디 정보요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우디 왕실이 법적, 도덕적 위기에 몰리자 최악의 인도적 비극이 벌어진 예멘 내전을 해결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서방은 예멘 내전에 직접 참전하지는 않았으나 이 내전에 군사 개입한 아랍동맹군의 주축인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에 무기를 수출하고 정치적으로 묵인한 책임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탓이다.
카슈끄지 살해 사건과 관련, 그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영국 정부의 우려를 매우 솔직하게 사우디 왕실에 전달했다"며 "전략적 협력자인 사우디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살해에 책임이 있는 자들을 법적으로 처벌하기 위한 절차가 매우 이른 시일 안에 시작되리라는 점을 믿게 됐다"며 "우리는 그 결과를 하루빨리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은 사우디 왕실과 헌트 장관이 만나 양국의 오랜 우호 관계를 확인하고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고만 간략하게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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