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기업이 이웃 나라 이라크의 바그다드에서 열린 국제전시회에 대거 참여했다고 중동 지역 언론과 주요 외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제재로 수출길이 막힌 이란 기업들이 정치적으로나 지리상으로 가까운 이라크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란 타스님뉴스는 이날 "60여개의 '과감한' 이란 기업이 바그다드 국제전시회에 참가했다"며 "철강, 석유화학, 기계를 비롯해 이란의 특산품인 카펫, 차(茶), 견과류, 과자류에 이르기까지 분야도 다양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작년까지만 해도 바그다드 국제전시회에는 사우디 기업이 많이 참가해 양국의 협력을 약속했다"며 "올해엔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이란이 위축돼) 이라크에 더욱 개입하려는 사우디의 기업이 더 참가할 수도 있었지만 이란의 영향력엔 못 미쳤다"고 전했다.
전시회에 참석한 이란 석유화학 수출업체의 대표는 이란 국영방송에 "우리 회사는 제재 명단에 없는데도 영국 회사가 계약을 취소했다"며 "제재로 유럽과 거래가 어려워져 이라크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달 5일 이란의 에너지 분야를 제재했으나 전후 복구가 시급한 이라크에 이란에서 전력과 천연가스를 수입할 수 있도록 제재 적용을 예외로 했다.
이라크는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한 이후 이란에서 전력뿐 아니라 천연가스, 식료품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덕분에 운송 비용이 적고, 고품질은 아니지만 빈곤한 이라크 서민이 살 수 있을 만큼 싼 이란 제품이 꽤 인기가 있다.
이란과 이라크의 교역 규모는 올해 85억 달러가 될 전망이다. 이라크는 비(非)석유 분야에서 이란의 2위 수출국이다.
AP통신은 "올해 바그다드 국제전시회는 이란 기업에 어느 해보다 더 중요한 행사가 됐다"며 "이미 미국 제재의 피해를 감지한 이란 기업들이 농산물, 에너지, 제조업의 수출을 흡수할 수 있는 이라크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라크는 친이란 시아파가 정부를 주도하는 데다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이란 혁명수비대가 직접 지원하고 작전을 지휘하기도 한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가 크게 활약해 이란과 뗄 수 없는 관계다.
동시에 이라크 정부는 미국의 경제, 군사 지원이 필요한 탓에 미국, 사우디와 이란 사이에서 중심을 잡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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