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수사팀 뇌물 정황 확보하고도 수사미흡" 판단
"위성호 신한은행장 '3억' 언급 직원에 '진술 번복하라' 회유 확인"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신한금융 측이 2008년 이상득 전 의원 측에 당선축하금 명목으로 3억원을 건넸다는 일명 '남산 3억원' 의혹과 관련해 당시 검찰 수사팀이 뇌물 혐의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 정황을 파악하고도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의 결론이 나왔다.
과거사위는 대검찰청 산하 진상조사단으로부터 남산 3억원 사건과 관련한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뒤 "최종 조사결과 발표에 앞서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검찰에 수사 촉구를 권고하기로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위원회는 이날 권고 배경에 대해 "2010년 9월 신한은행 측의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 고소로 검찰의 1차 수사가 이뤄졌고, 2012년 7월 언론 보도로 3억원 수수자가 이상득 전 의원이란 의혹이 제기돼 시민단체의 고발 및 2차 수사가 이뤄졌는데도 실체가 규명되지 않은 채 의혹만 양산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일시가 10년 전인 2008년 2월 중순이라 대가성이 규명될 경우 뇌물죄의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점, 이명박 전 대통령 뇌물 혐의 수사 과정에서 남산 3억원의 실체를 밝힐 단서가 확보됐을 가능성이 큰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남산 3억원 의혹은 2008년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 지시로 비자금 3억원을 서울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누군가에게 전달했는데, 돈을 받은 사람이 이상득 전 의원이고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축하금 명목의 금품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진상조사단은 조사결과를 과거사위에 보고하면서 "의혹의 실체가 명백히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 과정에서 일부 사실관계가 확정된 데다 신한은행이 2009년 검찰 수사에 대응하고자 남산 3억원의 '알리바이 자금'을 마련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반면 2010년 9월 신한은행의 신 전 사장 고소 사건을 처음 맡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은밀히 마련한 3억원을 남산에서 성명 불상자에게 건넸다'라는 구체적인 직원 진술을 확보하고도 최초 진술 후 45일이 지나서야 신한금융 수뇌부 사무실 등의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수사가 미진했다고 조사단은 파악했다.
이 전 행장이 남산 현장에서 3억원 수수자와 통화했다는 진술 역시 확보했지만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때 핵심 관련자의 휴대전화가 압수대상 목록에서 아예 빠져 있었다는 점도 지적됐다.
위원회는 또 "당시 수사팀이 '정치인에 대해 진술하지 않는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을 적용할 수 없다'고 적힌 이 전 행장의 자필 메모를 압수수색에서 발견했지만 그의 신병확보를 통한 강제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위원회는 위성호 전 신한지주 부사장(현 신한은행장)이 2010년 검찰의 1차 수사 당시 '남산 3억원'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진술한 직원에게 "3억원이 정치권에 넘어가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게이트화 할 경우 다칠 수 있다"며 진술을 번복하도록 회유했다는 사실을 조사단이 새롭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3억원 수수자에 대해서는 "이상득 전 의원으로 속단하기는 어려우나 최소한 이명박 정권 실세에게 건네졌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미보도 언론 취재자료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신 전 사장 측이 지난해 12월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이상득 전 의원을 뇌물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에 계류 중인 사실을 거론하며 "검찰이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해 뒤늦게나마 실체 규명과 관련자 처벌 등 책임 있는 조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과거사위의 권고는 남산 3억원 의혹 관련 두 번째 결정이다. 과거사위는 지난 6일 신한금융 사태와 관련해 재판 과정에서 위증한 것으로 보이는 라 전 회장, 이 전 행장, 위 전 부사장 등 신한금융 전·현직 임직원 10명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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