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집권당 안팎 거센 반발 기류…각료회의·의회 문턱 '험로' 예고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를 둘러싼 영국과 EU 간 협상이 사실상 합의에 도달했다는 소식으로 영국 정가가 벌집을 쑤신 듯 소란스럽다.
집권 보수당 내 인사들은 물론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북아일랜드 정당, 주요 야당인 노동당도 강한 불만을 표시했으며, 일부에서는 각료들에게 사퇴 요구까지 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어렵게 일궈낸 이번 합의안이 14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정부의 각료회의를 넘어 다시 의회의 문턱을 넘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테리사 메이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에 반발, 외무장관직에서 물러난 보리스 존슨은 알려진 합의안대로라면 영국 의회가 자국 법률에 발언권을 못 갖는다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존슨 전 장관은 "각료들이 바른 일을 하기를 바란다"며 부결시키도록 요구했다.
영국과 EU는 최대 걸림돌이었던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 국경문제와 관련, 브렉시트 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때 통행과 통관절차를 엄격히 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별도 합의 때까지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EU 잔류를 선호하는 일부 각료도 불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브렉시트 협상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던 지난 10일 일간 더 타임스의 일요판인 선데이타임스는 EU 잔류 지지파 각료 4명의 사임이 임박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의회 쪽의 반발 기류는 더욱 거세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합의안이 나라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반대투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코빈 대표는 트윗을 통해 "이번 협상을 엉망으로 끌어왔다는 것을 알고 있는 만큼 이것은 나라를 위해 좋은 거래가 될 가능성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보수당과 연정을 꾸리고 있는 북아일랜드의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 측도 브렉시트 합의안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일랜드 자치정부 수반인 알린 포스터 DUP 대표는 성명을 통해 "연방을 약화하고, 의회가 아닌 브뤼셀에 통제권을 넘기는 협상에 반대하는 DUP와 함께 하겠다고 약속한 의회와 영국 전역의 친구들로부터 용기를 얻고 있다"며 총리가 내각과 의회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DUP의 부대표인 나이절 도즈는 알려진 협상안이 사실이라면 북아일랜드는 EU의 규칙과 법에 지배될 것이라며 합의안에 반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집권당 내 EU 회의론자들도 각료들에게 이번 합의안에 항의해 사임하라고 요구했다.
여당인 보수당 내 60여 명의 유럽회의론자 모임인 '유럽연구단체'(ERG)의 수장인 제이컵 리스-모그 의원은 알려진 내용대로라면 이번 합의안은 "실패"라며 영국을 갈라놓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스-모그 의원은 "각료들이 합의안을 막고, 의원들이 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RG의 2인자인 마크 프란시스도 "각료들이 다음 24시간 동안 할 일은 그들의 삶에서 한 것 중 가장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며 나라를 위해 반대쪽에 서라고 주문했다.
보수당 내 EU 잔류파로 교육부 장관을 지낸 저스티 그리닝은 세계가 이 합의안을 나쁜 거래로 인식할 것이라며 최종 합의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요구했다.
그러나 보수당의 하원 원내대표인 줄리언 스미스는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해 총리가 브렉시트와 관련해 약속한 결과를 낳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합의안에 대한 지지를 요구했다.
cool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