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5.4 지진 1년, 학생들 지진 걱정보다 수능 대비에 끝까지 최선
수험생 "지금까지 준비한 것 침착하게 시험장서 쏟아내겠다"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김준범 기자 = "올해는 지진과 같은 재앙은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믿습니다. 별로 떨리지도 않습니다."
경북 포항고 3학년 박민우 군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4일 이뤄진 예비 소집에서 "지금까지 준비했던 것을 침착하게 시험장에서 쏟아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지난해 11월 15일 포항에선 규모 5.4 지진이 일어나 큰 피해가 났다.
그날은 수능을 하루 앞둔 예비소집일이어서 포항지역 수험생도 큰 혼란을 겪었다.
정부는 학생 안전과 시험 형평성을 고려해 수능을 일주일 연기했다.
포항고도 지진으로 본관, 체육관, 기숙사에 금이 가거나 틈이 벌어졌고 일부 창문과 출입문이 떨어져 나갔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포항지역 수능 시험장 12곳 가운데 포항고를 비롯해 장성고, 대동고, 포항여자고 등 4곳을 다른 학교로 옮겼다.
어느덧 1년이 지나 다시 수능을 앞둔 포항지역 수험생은 지진 걱정보다도 수능 대비에 힘을 쏟고 있었다.
올해 수능일은 공교롭게도 지난해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한 날짜와 같다.
이에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일 포항교육지원청과 포항 장성고를 찾아 시험 준비상황을 점검했다.
포항고 3학년 구본철 군은 "지난해 지진을 경험하고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며 "친구들끼리 의지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장성고에서도 수험생들이 예비 소집에 모여 유의사항을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장성고 강당에는 각 교실에 있던 책과 문구용품이 쌓여 있었다.
지난해 지진을 겪은 데다가 수능을 하루 앞두고 있었지만 학생들은 대부분 차분한 표정이었다.
한 학생은 "지진보다도 시험을 잘 치를 수 있을지가 더 걱정이다"며 "그동안 노력한 만큼 성적을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일반적인 시험 유의사항을 알려준 뒤 지진이 발생했을 때 대비책을 강조했다.
포항지역 수능 시험장 12곳 가운데 4곳은 아직 내진보강 공사가 안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경북도교육청과 포항교육지원청은 4곳 모두 수차례 안전점검을 해 수능을 치르는 데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장성고 측도 교육청이 안전을 점검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진 단계별로 대처상황을 설명했다.
지진동이 크지 않으면 시험을 중단 없이 진행하고 지진 규모에 따라 책상 아래로 대피하거나 건물 밖으로 대피하면 된다.
학생들은 수험표를 받은 뒤 반별로 모여 "수능 대박"이나 "힘내자"며 서로를 격려한 뒤 흩어졌다.
일부 학생들은 그동안 동고동락한 담임교사를 헹가래 치기도 했다.
늦은 오후가 되면서 수험생은 부모와 함께 자신이 시험을 칠 학교를 둘러봤다.
교실 안에는 들어갈 수 없어 학교 앞에 붙은 수험번호별 시험 교실을 확인하고 돌아섰다.
장성고를 찾은 한 수험생의 어머니(48)는 "지난해 지진이 있었던 만큼 마음속에 약간의 불안감은 있다"면서도 "올해는 무사히 지나가리라 보고 아이가 시험을 잘 치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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