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삼성바이오 주식은 바로 거래 정지됐고, 한국거래소는 이 회사 상장폐지 실질심사에 들어간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 대표이사 해임을 권고하고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이로써 2017년 3월 금융감독원의 특별감리가 시작된 지 1년 8개월 만에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투자자 집단소송 등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분식회계의 동기로 지목돼온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재조명되고 경영권 승계 문제까지로도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삼성바이오 논란의 최대 쟁점은 2015년 말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꾼 것이 고의적 분식회계에 해당하는지였다. 2011년 설립 이후 적자를 지속해오던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바꾸면서 그해 1조9천여 억원의 엄청난 흑자를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다음 해에는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증선위는 이 과정에서 고의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김용범 증선위원장은 "삼성바이오가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계처리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면서 고의로 위반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재감리에서 찾아낸 삼성바이오 내부문건을 고의성을 인정할 만한 '스모킹 건'으로 본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정론관에서 이 문건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바이오에피스 합작사인 바이오젠이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자본잠식에 빠질 것을 알고, 이를 막기 위해 고의로 자회사 지위를 변경해 흑자회사로 둔갑시켰다"고 주장했다.
증선위가 고의 분식회계를 인정함에 따라 후폭풍이 예상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바이오 주식 거래가 중지되면서 투자자 피해가 현실화했다. 삼성바이오 소액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8만명이 넘고, 이들이 보유한 주식도 1천400여만주에 달한다.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지고 이슈가 될 때마다 삼성바이오의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러면서 소액투자자들은 이래저래 손실을 봤다. 천문학적 액수의 대규모 집단소송까지 예상될 수 있는 대목이다. 설상가상으로 주식거래정지까지 내려져 자금까지 묶였으니 억울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삼성 입장도 난처하다. 자칫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까지 불똥이 튀면 대법원 최종심을 앞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서다.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지위를 변경하면서 모회사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고, 제일모직 대주주인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이 적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삼성바이오는 행정소송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증선위가 고의 분식회계 판정을 내린 2015년 자회사 지위 변경은 바이오젠사의 콜옵션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적법한 회계처리라고 맞섰다. 삼성바이오의 자회사 지위 변경은 상장과정에서 이미 적격판정을 받았다. 그렇다면 당시 분식회계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당국과 한국공인회계사, 회계법인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분식회계는 주가를 올리거나, 대출을 더 쉽게 받거나, 경영자가 나쁜 경영실적을 숨기기 위해 거짓으로 실적을 부풀리는 행위다. 경제 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대 범죄다. 가능성이 작다고는 하지만 삼성바이오가 상장폐지까지 간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일벌백계로 분식회계가 더는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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