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중재자로 균형점 찾기…북중러 공조 속 러시아 역할에 주목
펜스·시진핑과도 양자회담…비핵화 촉진자 행보 가속
(싱가포르=연합뉴스) 이상헌 임형섭 기자 = 아세안(ASEAN)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네 번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방안, 그 가운데서도 대북 제재완화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푸틴 대통령은 물론 문 대통령 역시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한 장치로서의 제재완화의 필요성을 언급해온 만큼, 양 정상은 제재완화에 대한 큰 틀에서의 입장에는 공감대를 이뤘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문 대통령은 제재완화의 궁극적 목표는 결국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 제재완화 포괄적 공감대 이룬 듯…문대통령, 러시아 역할 강조 =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나눈 얘기를 미뤄보면 양측은 '북한은 더 과감한 비핵화 조치가 필요하고, 미국은 이에 대한 상응조처가 필요하다'는 대원칙에 뜻을 함께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두 분이 포괄적으로 제재완화에 대해 말씀을 나눴다"고 말해, 비핵화 과정에서의 제재완화 논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이 됐음을 시사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조처에 진전이 있다면 상응하는 조처가 뒤따라야 한다"면서 제재완화에 보다 방점을 뒀다면, 문 대통령은 "북한이 좀 더 과감하게 비핵화 조처를 취할 수 있도록 러시아가 역할을 해달라"며 북한의 행동에 무게를 둔 점이 눈에 띈다.
제재완화와 비핵화 조치를 동시에 언급하면서 북미 협상의 '중재자'로서 균형을 맞추는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러시아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제재완화 문제를 두고 북한·중국·러시아가 실질적인 공조체제를 유지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의 실질적 조치를 끌어내려면 러시아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처럼 러시아에 적극적 역할을 당부하면서 한반도 평화가 결국 유라시아의 번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도 문 대통령이 제시한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을 지지하는 등 공동번영을 위한 협력에 양 정상이 뜻을 함께했다.

◇ 문대통령, 미·중·러 연쇄회동…촉진자 행보 다시 박차 = 문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15일에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양자회담을, 17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연이어 소화한다.
아세안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라는 기회를 살려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국 가운데 일본을 제외한 주변 4강 모든 국가들과 회동을 갖는 셈이다.
최근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연기되는 등 북미협상이 소강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시점에서, 문 대통령이 협상을 제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촉진자' 행보를 재개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최근 펜스 부통령이 대북제재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문 대통령과의 회담 가능성을 어둡게 보는 전망도 있었으나, 결국 양측은 직접 만나 의견을 교환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도 대북제재 완화가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비핵화 로드맵에 대해 펜스 부통령과 어떻게 의견조율을 거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honeybee@yna.co.kr, hysu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