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푸틴과 평화조약 문제 마침표 찍을 것"…크렘린 "협상 활성화 합의"
(도쿄·모스크바=연합뉴스) 김병규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4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열었다고 일본 교도통신과 러시아 타스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번 회담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 9월 중순 양국 간 오래된 과제인 평화조약을 연내 체결하자고 전격 제안한 뒤 처음 열리는 정상회담이다.
이 제안에 대해 일본 측은 하보마이(齒舞), 구나시리(國後), 시코탄(色丹), 에토로후(拓捉) 등 러시아와의 영유권 분쟁 대상인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의 일본 반환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두 정상은 이 문제와 함께 양국이 2016년 연말 합의한 쿠릴 4개 섬에서의 공동 경제 활동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회담 뒤 "(푸틴 대통령과 사이에) 구축된 신뢰를 바탕으로 영토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조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역만을 대동한 채 푸틴 대통령과 단독으로 평화조약 문제와 관련한 내실 있는 논의를 했다"면서 "푸틴 대통령과 함께 70여 년 동안 이어져 온 평화조약 부재 상황에 마침표를 찍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아베는 내년 초에 러시아를 방문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두 정상이 싱가포르 회담에서 1956년 '소·일 공동선언'에 기초해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활성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일본과 러시아는 소련 시절인 지난 1956년 '소일공동선언'으로 국교를 회복하면서 "평화조약 체결 후 시코탄, 하보마이를 일본에 인도한다"고 합의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이날 페스코프 대변인의 발언은 평화조약 체결과 쿠릴 2개 섬 일본 반환 문제를 연계해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아베 총리는 회담 모두에서 "중요한 평화조약 체결 문제에 대해 제대로 논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중시하고 있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협력관계에 대해 협의할 수 있어 기쁘다"며 "지금까지 수년간 해왔던 대화를 계속해가자"고 밝혔다.
제2차 세계대전(태평양 전쟁) 당시 적국으로 맞서 싸운 러시아와 일본은 종전 이후 지금까지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러시아와 평화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양국 간 영토분쟁 대상인 쿠릴 4개 섬 반환을 요구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쿠릴 반환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국은 그동안의 협상에서 쿠릴열도 내 공동 경제활동을 통해 영토 문제를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합의한 상태다.
푸틴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 싱가포르 회담은 2006년 제1차 아베 정권 때를 포함해 23번째다.
[로이터제공]
b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