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순항훈련전단의 영국 초등학교 방문에 숨은 사연은

입력 2018-11-15 06:00  

해군 순항훈련전단의 영국 초등학교 방문에 숨은 사연은
제2연평해전 때 전사한 故윤영하 소령 모교…영국 입항 때마다 찾아
태권도 시범 및 사물놀이·비보이 공연 등 펼쳐…학생·학부모 뜨거운 반응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런던 시내에서 템스 강을 서쪽으로 따라 내려가다 보면 킹스턴 자치구로 이어진다.
이곳에 자리 잡은 래치미어(Latchmere) 초등학교에 지난 14일(현지시간) 태권도복과 사물놀이패 복장, 군복 등을 입은 건장한 남성들이 우르르 들어섰다.
이들은 해군사관학교 생도들을 포함한 대한민국 순항훈련전단 소속 해군.
영국 초등학교를 찾은 이들은 이날 의장대 시범과 비보이 및 사물놀이패 공연, 태권도 시범 등을 선보였다.



래치미어 초등학교 학생들은 물론 50여명의 학부모와 교직원들까지 대한민국 해군의 공연에 박수와 환호성 등으로 화답했다.
해군은 1954년부터 임관을 앞둔 4학년 사관생도의 실무 적응능력을 함양하기 위해 원양항해 훈련 프로그램인 순항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해군 순항훈련전단은 해군사관학교 73기 사관생도 149명을 비롯해 총 600여명으로 구성됐다.



벨기에와 독일 등을 거쳐 지난 11일 영국 포츠머스에 입항한 순항훈련전단이 따로 시간을 내 이역만리의 한 초등학교를 찾은 데는 숨겨진 사연이 있다.
래치미어 초등학교가 지난 2002년 제2연평해전으로 순직한 고(故) 운영하 소령(해사 50기)의 모교이기 때문이다.
한일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윤 소령을 비롯한 참수리-357호정 대원들은 연평도 근해에서 경계임무를 수행하던 중 북한 경비정의 기습공격을 받았다.
이어진 교전에서 윤 소령을 비롯한 6명이 전사했다.
윤 소령은 해운업계에 종사했던 부친 윤두호씨를 따라 어린 시절 영국에 거주하면서 래치미어 초등학교를 다녔다.
윤 소령은 해군사관학교 입학 당시 자기소개서에 래치미어 초등학교 시절과 관련해 "처음 하는 외국생활이었지만 급우들로부터 따뜻한 정을 느꼈다"고 적었다.
해군은 제2연평해전 이후 윤 소령의 희생정신과 용기를 기리기 위해 차기 고속함 사업(PKX-A)의 1번함 이름을 윤영하함(PKG-711)으로 명명했다.
이후 해군 순항훈련전단이 영국을 방문할 때마다 래치미어 초등학교를 찾아 충무공 이순신 액자 및 거북선 모형 등 기념품을 기증하고 추모 음악회 등 문화공연을 펼쳤다.
지난 2005년과 2013년, 2015년에 이어 올해까지 해군은 총 네 차례 래치미어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해군 순항훈련전단은 지난 11일 입항 이후 한국전 참전기념비 헌화, 영국 함대사령관 등 주요인사 예방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래치미어 초등학교 방문 외에도 축구 종주국인 영국 해군과 경기를 하는 등 친선 활동을 펼쳤다.
순항훈련전단은 영국 일정을 마치고 이날 다음 기항지인 포르투갈 리스본을 향해 출항했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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