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간 2020년 말까지…미래관계 구축 논의 위해 한 차례 연장 가능
영국의 EU 관세동맹 잔류 종료는 공동위원회서 결정…상대방 국민 거주권 보호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2016년 6월 영국이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지 2년 5개월 만에 EU 탈퇴협정 초안이 완성됐다.
미셸 바르니에 EU 측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14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80쪽이 넘는 탈퇴협정 합의문 초안과 함께 양측 간 미래관계에 관한 정치적 선언문을 발표했다.
EU 탈퇴협정은 영국이 1973년 EU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이후 처음으로 양측 간에 맺어진 합법적 협정이다.
여기에는 지난 45년간 진행된 양측간 통합, 권리 보호 등을 다시 되돌리는 내용과 함께 향후 양측이 지켜야 할 중요 의무, 원활한 브렉시트를 위해 설정한 전환(이행)기간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
다음은 주요 쟁점 관련 합의문 내용.
◇ 탈퇴 협정 합의문
▲ 전환(이행)기간 = 영국은 2019년 3월 29일 EU를 탈퇴하지만 2020년 말까지 전환기간을 설정해 EU 단일시장에 잔류한다. 이 기간 EU 규제 역시 따라야 한다. 전환기간 동안 양측은 새로운 미래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만약 시간이 좀 더 필요하면 2020년 7월 1일 이전에 공동 합의에 따라 전환기간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연장기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 아일랜드 국경 = 브렉시트 최대 이슈 중 하나였던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 문제와 관련해 양측은 '하드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때 통행과 통관절차를 엄격히 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별도의 합의가 있을 때까지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안전장치'(backstop) 방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영국은 영구적인 새 무역협정이 대체할 때까지 EU 관세동맹에 잔류하게 됐다.
협정문에서 양측은 전환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까지 미래 무역 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영국 전체가 EU 관세동맹에 남게 되면 수산물을 제외한 모든 상품이 적용을 받는다.
양측은 전환기간이 종료되는 2020년 말 이전에 새로운 미래관계를 구축, 이같은 '안전장치'가 실제 이용되는 일이 없기를 원하고 있다.
'안전장치'가 가동돼 영국이 EU 관세동맹에 잔류한 상황에서 이를 종료하려면 한쪽이 상대방에 종료 이유를 포함해 이를 통보해야 한다. 이후 이를 논의할 공동위원회가 6개월 내 열리게 되고, 양측이 모두 동의하면 '안전장치'가 종료된다.
▲ 동일규제 = '안전장치'가 가동되는 동안 영국은 경쟁 및 국가보조, 고용, 환경 기준, 조세 등의 분야에서 EU와 동등한 규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영국이 감세 등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경우 EU 산업 및 기업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협정문에 포함된 '퇴행금지조항'(non-regression clauses)에 따라 영국은 각종 사회·환경·노동 기준을 낮출 수 없다.
▲ 분담금 정산 = 브렉시트에 따른 영국의 EU 분담금 정산, 이른바 '이혼합의금' 역시 협정문에 포함됐다.
영국은 EU 직원들의 연금을 부담하며, EU 회원국 시절 약속에 따라 2020년까지 EU 프로그램에 대한 재정 기여를 해야 한다. 이같은 이혼합의금은 이전에 390억 파운드(한화 약 57조3천억원)로 추산된 바 있다.
일단 영국은 전환기간 동안 EU 내에 있기 때문에 2019년, 2020년 EU 예산 분담금을 내야 한다. 만약 전환기간이 연장되면 추가적으로 EU 예산을 부담해야 하는데 이는 협상을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 금융시장 =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EU 금융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 수준만 허용된다. 이는 미국과 일본 기업이 현재 갖고 있는 접근권과 비슷하다. 이는 EU의 '동등성 원칙'(equivalence system)에 기반을 둘 예정이다.
'동등성 원칙'은 한 국가의 규제가 EU와 동등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부문의 영업과 관련해 인허가 및 보고 절차를 면제해주는 원칙이다.
▲ 역내 거주 상대방 국민의 권리 = 영국에 거주하는 EU 시민, EU 내에 거주하고 있는 영국 국민은 현재와 같이 머물면서 일할 권리를 계속 갖게 된다.
▲ 관리방식(Governance) = 전환기간이 끝난 뒤 탈퇴 협정은 공동으로 구성하는 위원회에서 준수 여부를 관리하게 된다. 위원회는 상호 동의 하에 결정을 내리며 이는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분쟁이 발생하면 5명으로 구성된 중재 패널이 소집된다. 다만 EU 법과 관련한 이슈는 중재 패널이 결정하지 않고 유럽사법재판소(ECJ)에서 결정 권한을 갖는다.
▲ 어업권 = 어업 조업 기회와 관련해 EU는 영국과 협의하며, 영국은 EU의 어업 정책에 관해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정기적으로 갖게 된다.
▲ 지브롤터 = 스페인의 반환 요구가 끊이지 않는 영국령 지브롤터와 관련해 양측은 공동의 위원회를 설치해 정기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 미래 관계에 관한 정치적 선언
7쪽 분량의 미래 관계와 관련한 정치적 선언에서 양측은 긴밀한 규제 및 관세 협력을 포함하는 자유무역지대를 추구하기로 했다.
아울러 금융을 포함한 서비스 부문에서 야심 차고 포괄적이며 균형 잡힌 협정 체결을 추진할 계획이다.
단기 방문에 관한 비자 면제, 원활한 철도와 항공, 해양 운송, 포괄적이고 긴밀하며 상호 호혜적인 법집행 및 사법 협력 역시 공동의 목표로 설정됐다.
미래 관계에 관한 구체적인 협상은 내년 3월 29일 브렉시트가 단행된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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