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10년 넘게 공들인 호주-인도네시아 무역협정 좌초 위기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미국에 이어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던 호주가 실제 이전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인도네시아 정부를 달래는 모양새다.
이로 인한 논란 때문에 10년 넘게 공을 들인 인도네시아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좌초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15일 호주 페어팩스 미디어 등에 따르면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가 열리는 싱가포르에서 호주 측은 엥가르티아스토 루키타 인도네시아 통상부 장관에게 "(대사관 이전) 가능성은 5% 미만"이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의 당사자로 알려진 호주 정부 고위 당국자는 대변인을 통해 이를 부인했지만, 현지에선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앞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지난달 16일 자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겨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하원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유대인 주민 표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그의 발언은 2억6천만 인구의 87%가 이슬람을 믿는 세계 최대 무슬림 인구국인 인도네시아를 자극해 인도네시아-호주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IA-CEPA) 체결이 무기한 연기되는 결과를 불렀다.
내년 4월 총·대선을 앞둔 인도네시아 정부·여당으로선 팔레스타인에 우호적인 자국민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양국은 애초 이달 중순 싱가포르에서 IA-CEPA 협정문에 서명하고 각각 의회 비준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다.
루키타 장관은 14일 기자들을 만나 "언제든 서명이 가능하지만, 언제 서명이 이뤄질지는 이스라엘 주재 호주 대사관의 이전과 관련한 호주의 입장에 달렸다"고 말했다.
호주 현지에선 모리슨 총리가 선거에서 이기려고 국익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호주 야당 노동당의 외교정책 대변인인 페니 웡 상원의원은 "그는 표를 얻으려고 오랫동안 지켜져 온 초당파적 정책 기조를 내버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모리슨 총리가 주이스라엘 호주 대사관의 이전 가능성 언급에 뒤따를 위험성을 경고한 정보기관 보고를 무시하고 내각의 승인은 커녕 각부 장관들에게까지 알리지 않은 상황에서 독단적으로 대사관 이전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면서 "정부는 즉각 대사관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호주는 이웃 국가인 인도네시아와의 교역 확대를 위해 10여년 전부터 무역협정 체결을 추진해 왔다.
전문가들은 FTA의 일종인 IA-CEPA가 발효되면 연간 164억 호주 달러(약 13조5천억원) 수준인 양국 간 무역 규모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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