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법안처리를 위해 15일 오후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여야 대립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불참으로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본회의 불발로 이날 표결될 예정이던 91개 법안처리도 무산됐다. 대부분 상임위를 통과해 여야 간 처리에 다툼이 없는 비쟁점 민생법안들이다. 가뜩이나 20대 국회의 법안처리율이 낮다는 지적을 받는 터에 여야 이견이 없는 법안까지도 입법절차를 완료시키지 못하는 국회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모습에 정치 불신은 더욱 고조될 것이다.
이날 본회의 처리 법안에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식품위생법 개정안 등 민생과 직결된 제도개선 법안들이 포함돼 있었다. 이 법안들이 처리되면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 의무로 두게 되어 있는 어린이집을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설치 운영할 수 있게 되고, 또 신분증을 위변조한 청소년들의 무전취식 때문에 받았던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면제해 선량한 중소자영업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법안처리 지연으로 그만큼 민생 현장의 불편과 고통은 길어지는 셈이다. 여야 충돌의 이유와 책임 소재를 불문하고 약속한 민생법안 처리를 해태하는 것은 민의의 배신으로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본회의를 보이콧한 것은 조명래 환경부 장관 임명 강행에 대한 대통령과 여당의 사과, 인사검증 책임자인 조국 민정수석 해임, 공공기관 고용세습 의혹 국회 국정조사 요구들이 수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단행한 인사를 계기로 '야당을 무시한 대통령의 일방 독주' 공세를 부각하고 야당의 위력을 과시할 심산으로 보인다. 정부 여당을 견제해야 할 책무가 있는 야당으로서 국정을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장관 후보자들의 최근 잇따른 임명 강행에 반발하는 것 또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민생법안 처리를 볼모로 하는 투쟁방식은 폐기해야 할 구태의 반복이다.
여당도 여소야대 구조에서 제1, 2야당의 반대에 부닥쳐 법안처리 무산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는 무기력함을 노출했다. 집권여당의 책무는 국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며, 이는 입법을 통한 정책의 제도화를 통해서 이뤄진다. 112석 한국당과 30석 바른미래당의 총의석은 142석으로 재적 과반에 약간 못 미친다. 민생법안 처리가 우선이라면 당내 결속과 평화당, 정의당, 무소속 등 다른 야당의 협조를 바탕으로 의결정족수를 채워 입법에 종지부를 찍든지, 아니면 여야 합의를 도출해내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닌 채 본회의 표류를 방치한다면 부담은 정부·여당의 몫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본회의 불발이 문재인 대통령 주재 여·야·정 협의체 개최 후 불과 열흘 만에 초래된 사태라는 점도 개탄스럽다. 여·야·정 협의체는 12개 항의 합의문까지 발표했지만, 후속 실무 협의는 공전하고 있다. 행동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협치 약속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국회는 입법부다. 법을 만드는 헌법기관이다. 입법을 뒷전에 두는 것은 본분을 태만히 하는 것이다. 국회를 구성하는 여·야 정당은 정치적으로 대립할 수 있다. 그러나 합의가 이뤄진 민생법안들까지 무더기로 붙잡아두고 싸우는 것은 국민은 안중에 없는 당리당략 정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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