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이호진 회장 '황제 보석' 비판, 법원 새겨들어야

입력 2018-11-15 18:17  

[연합시론] 이호진 회장 '황제 보석' 비판, 법원 새겨들어야

(서울=연합뉴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병보석 상태에서 지정 장소를 벗어나 음주 등을 하는 모습이 포착돼 이른바 '황제 보석' 논란이 야기된 것 관련, 검찰이 법원에 그의 보석 취소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고검은 이 전 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6부에 최근 보석 취소 검토 요청서를 제출하면서 "대법원이 유죄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고,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할 때 이 전 회장의 건강상태가 보석을 유지할 만한 정도가 아니다"라는 의견을 냈다. 보석 취소 여부는 다음 달 12일 열리는 이 전 회장의 재파기 환송심 첫 재판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한다.

2011년 400억 원대 배임·횡령·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 전 회장은 얼마 후 간암과 대동맥류 질환을 이유로 구속집행이 정지됐고, 간 절제 수술 후 병보석까지 허가받아 7년 8개월째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그 사이 사건은 서울지법 1심부터 지난달 25일 대법원의 재파기 환송까지 5번의 재판을 거쳤지만, 그가 실제 수감생활은 한 것은 63일에 불과하다. 게다가 2년여 전부터 최근까지 이 전 회장이 보석 장소인 집과 병원을 벗어나 서울 강남과 이태원 등에서 쇼핑에다 음주와 흡연까지 하는 모습이 정치권과 언론에 수차례 포착되면서 그가 꾀병을 부린다는 의혹이 수시로 제기됐다. 시민단체들이 황제 보석이라며 법원에 보석 취소 의견서를 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국민 사이에서도 이 전 회장이 재벌총수가 아닌 일반인이라면 그런 혜택을 누릴 수 있겠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검찰이 오래전부터 들끓는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법원에 보석 취소 검토를 요청한 것은 늑장 대응이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제때 실상을 확인해 조치하지 못하고 여론에 떼밀려 뒤늦게 보석 취소를 요청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법원도 마찬가지다. 피고인이 보석 조건을 어길 경우 직권으로 보석을 취소할 수 있는데도 지금까지 수수방관한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

멀쩡하게 돌아다니는 이 전 회장을 치료한 의료진이 보석 청구 때 낸 소견은 더 미덥지 않다. 현재 국회에는 재벌총수나 정치인의 황제 보석을 막기 위해 이른바 '이호진 방지법'의 발의돼 있다. 법안은 형사 피고인이 보석을 청구할 때는 반드시 법무부 장관이 지정한 병원에서 발급한 진료기록을 법원에 제출토록 강제하고 있다. 피고인과 친분이 있거나 신뢰하기 어려운 의료기관의 진료기록을 이용해 보석을 청구하는 것을 막기 위함인 만큼 국회가 서둘러 처리하기 바란다.

법원은 이 전 회장의 보석 취소 여부를 결정할 때 그의 현재 건강상태와 보석 기간 중 이동 경로 등을 면밀히 따져 한 점의 의구심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그가 전직 대법관 2명 등 전관 수십 명을 변호인으로 선임해 그간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있는 만큼 보석 취소 여부 결정에서는 그런 지적이 다시 나오지 않아야 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