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은 사전 계획된 것"…"원래 임무는 귀국종용" 사우디 발표 반박
에르도안 대통령 측근 "사우디 발표, 은폐 의도"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한 것은 그를 설득하려던 현장팀장의 결정이라는 사우디 검찰의 발표에 터키 외무장관은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TV로 방송된 연설에서 "(사우디 당국의) 모든 조처가 긍정적이긴 해도 그것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그 발표의 일부분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말해야겠다"면서 "살인은 사전에 계획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시신 훼손은 즉흥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그들은 살인과 시신훼손에 필요한 도구를 가져왔다"고 상기시켰다.
앞서 이날 사우디 검찰은 카슈끄지 살해에 직접 관여한 5명에게 사형을 구형하는 등 11명을 살인죄로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사우디 검찰은 또 전 정보기관 2인자 아흐메드 알아시리 부국장과 전 왕실 고문 사우드 알카흐타니가 카슈끄지를 사우디로 귀국시키라는 '협상 임무'를 계획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살인 명령'이 아니었단 뜻이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사우디 당국이 여전히 중요한 질문, 시신 소재와 지시 '윗선'에 관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우디 검찰은 카슈끄지가 살해되고 시신이 훼손됐다고 인정했는데, 그렇다면 그의 시신은 어디 있는가? 어디에 버려졌는가? 어디에 묻혔는가?"라고 물으며, "우리는 그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명령을 내린 이들, 진짜 살인범이 밝혀져야 한다"면서 "사건이 이런 식으로 끝날 수는 없다"고 반발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터키는 앞으로도 사건 수사를 모든 각도에서 계속 주시할 것이며, 수사와 관련해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다"라고 다짐, 사우디를 계속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측근으로 카슈끄지가 생전에 교류한 것으로 알려진 야신 악타이 고문은 사우디 검찰의 발표 내용은 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라고 반응했다고 일간지 휘리예트 등 터키 언론이 전했다.
악타이 고문은 "사우디 당국은 현장 요원들이 독단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발표를 우리가 믿기를 기대하는데, 별로 신뢰하기 힘들다"면서 "모든 것이 명명백백한데 (사우디는) 그것을 조금이나마 덮으려고 노력한다"고 꼬집었다.
카슈끄지는 지난달 2일 주(駐)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사우디 '암살조'에 의해 살해되고, 시신이 훼손됐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시신의 소재와 지시 '윗선'을 밝히라고 사우디를 압박하면서, "피살 당시 녹음을 통해 작전 지시가 사우디 최상층부에서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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