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끄지 피살·국제사회 압력 작용…반군 "공격 중단 사실무근"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예멘 내전에 개입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아랍동맹군이 반군 주요 거점인 남서부 항구도시 호데이다에 대한 공격을 잠정 중단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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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과 일간 가디언 등 언론들은 15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고 내전을 끝내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지원을 받는 친정부 민병대가 12일 동안 휴전하고 추가 지침을 기다리라는 말을 전달받았다고 예멘군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이번 결정은 아랍동맹군을 이끄는 사우디가 최근 자국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으로 궁지에 몰리고 국제구호단체들이 대규모 기아 위기를 경고하는 등 국제사회의 압박이 강화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이런 지시에도 현지에서는 총성이 잦아들기는 했지만, 아직 완전히 그치지는 않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후티 반군도 15일 아랍동맹군과의 휴전 소식은 사실이 아니라며 그들이 오히려 추가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후티 반군은 성명에서 "사우디 주도 동맹군은 정전 소문을 확산시켜 국제적인 인도주의적 압력을 완화하려 하고 있다"며 "호데이다의 정전 보도는 근거가 없으며 세계 여론을 오도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투 현장의 아랍동맹군도 측도 작전은 계속되고 있다며 중단 명령을 받았다는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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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국가들은 그동안 아랍동맹국에 무기와 정보를 제공해왔지만 카슈끄지 피살 사건 후 점차 이를 보류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의 경우 지난 9일 아랍동맹군 전투기에 대한 공중 재급유를 중단키로 한 바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 사우디는 15일 유엔 주도의 예멘 평화 노력을 지지한다며 평화 협상 재개에 나설 뜻을 밝혔으며, 스웨덴에서 평화 협상이 열릴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앞서 제네바에서 지난 9월 열릴 예정이던 평화 협상은 반군 측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당시 반군은 부상자의 국외 이송 등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불참을 선택했다.
2015년 초부터 약 4년간 이어진 내전으로 예멘은 최악의 인도적 재앙에 직면해 있다.
2천800만 명의 예멘 인구 중 절반가량은 이미 기아에 직면했으며 설상가상으로 예멘은 현대사 최악의 콜레라 사태를 겪고 있다.
특히 호데이다는 식량과 연료, 구호품의 약 80%가 들어오는 곳이어서 지난달 이곳에서 재개된 격전은 유엔의 '대 기근' 선언을 이끌 것이라는 우려를 불렀다.
후티 반군은 2015년 수도 사나를 점령한 후 현재 예멘 전체 인구의 대부분을 통제하고 있으며, 밀려난 정부 측은 남부 지역에서만 영향력을 발휘할 뿐이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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