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해외경제포커스 "미 금리인상·강달러가 촉발…미중 무역분쟁으로 심화"
"금융불안 정도 예전보다 작지만 오랜기간 지속, 국가별 차별화 특성"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신흥국 금융불안이 미국 금리인상 기조와 맞물려 지속되고, 특히 중국 경기둔화 우려가 심화하면 부정적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도 대외부문 잠재 리스크가 작지 않으므로 신흥국 대출과 투자 등 위험요인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8일 해외경제포커스에 게재한 '과거 사례와 비교한 최근 신흥국 금융불안의 특징' 보고서에서 이와같이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 올해 들어 신흥국 금융시장은 2월에 주가가 약세국면으로 전환한 뒤 빠르게 하락하고 채권 부도 가능성이 커지면서 채권값도 크게 떨어졌다.
MSCI 신흥국지수는 10월까지 23.4% 내렸고 미 국채 대비 가산금리와 CDS프리미엄은 이 기간 103.8bp, 91.4bp 올랐다.
환율(JP모건 신흥국 통화지수)은 같은 기간 14.4% 하락하며 2010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미국 금리인상과 달러화 강세로 해외자본 유출압력이 커져서다.
국제통화기금(IMF) 추정으로는 미 통화정책 정상화로 인한 신흥국 자본유출 규모가 올해와 내년에 900억 달러다.
이와 함께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도 영향을 줬다.
세계교역 및 투자 감소, 글로벌 공급망 훼손 등으로 이어지며 원자재와 중간재 수출이 많은 신흥국 성장에는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몇 차례 금융불안 때와 비교하면 금융지표 변동성이 작다고 평가했다.
이는 미 금리인상이 이미 예견된 사안이어서 정책 불확실성이 작기 때문이다.
또, 중국 실물과 금융경제상황이 크게 악화하지 않은 점도 한 요인이다.
다만, 예전과는 달리 국가별로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 남아공 등의 금융시장이 스트레스가 크고 태국,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은 안정적이다.
성장률이 낮거나 재정·경상 적자가 만성적이고, 외채 비중이 높은 취약국가는 영향을 크게 받았다.
한은은 "성장률은 높지만 외채 비중이 50%가 넘는 터키에서 금융불안이 촉발된 점은 달러화 강세 기조가 이번 금융불안의 주된 요인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번 신흥국 금융불안은 강도는 약하지만 가장 오랜 기간 이어지며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예전엔 6∼9개월 이내에 안정을 되찾았다.
미 통화정책 정상화가 점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은 조사국 박병걸 과장과 차준열 조사역은 "앞으로도 미 금리인상 기조와 함께 취약국 중심의 신흥국 금융불안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중국 경기둔화 우려가 심화하면 변동성이 2013년 긴축발작이나 2015년 중국 경기둔화 때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 금리인상은 선반영된 측면이 있지만 중 경기둔화 리스크는 예상치 못한 시기에 현실화될 수 있어서 부정적 파급 영향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와 양호한 외환부문 건전성 등으로 대외리스크 위험 노출도는 낮은 수준이지만 대외부문 잠재 리스크가 작지 않다"고 지적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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