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 앓으며 7년간 2천100만원 기부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이대로 죽을 바에야 다 비우고 베풀면서 살자고 결심했죠. '비움의 삶'을 실천했을 때 행복은 몇 배로 돌아왔습니다."
인천시 남동구 소속 환경미화원인 신웅선(56·남)씨는 매일 오전 9시가 되면 어김없이 폐형광등 수거 트럭을 몰고 도로에 나선다.
쌀쌀한 날씨에 복잡한 골목과 아파트 단지 곳곳을 돌며 폐형광등을 수거하는 일은 녹록지 않지만, 그에게는 '즐겁고 감사한 일'이다.
트럭을 운전할 때면 잠시나마 차가운 손과 발을 녹일 수 있는 데다 돈을 벌어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매달 월급을 받으면 20%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기부한 금액은 2천100만원에 이른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집을 구하고자 은행에서 돈을 빌려 현재 6천만원의 빚이 있지만, 기부는 빠트리지 않는다.
신씨는 19일 "은행 빚 조금 갚고 용돈 쓰고 하면 남는 돈이 없다. 월급의 20%를 기부하는 게 부담되지만 괜찮다. 나머지 은행 빚은 퇴직금으로 갚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돈을 어떻게 쓰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어머니의 가르침이 있었다"면서 "나는 기부할 때 정말 행복하다"며 기부 이유를 밝혔다.
2002년 환경미화원으로 근무를 시작한 그는 주로 도로청소 업무를 해왔다.
근무 3년째가 되던 2005년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허리가 뻣뻣해지고 온몸에 통증이 퍼지면서 가만히 있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병원에서는 그가 '강직성 척추염'에 걸렸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 질환은 만성 관절염의 일종으로 척추, 엉덩이, 무릎 등 관절이 염증으로 뻣뻣해지며 통증을 유발하는 병이다.
유전적인 요인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정확한 인과관계는 드러나지 않아 근본 치료는 어려우며 약물요법 등으로 지속해서 관리해야 한다.
신경계 질환인 '레이노병'에도 걸리며 중증장애인이 된 그는 지독한 통증에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지만, 어머니와 가족들이 눈에 밟혀 마음을 비우고 어떻게든 살아보기로 했다.
그는 어려운 지인들에게서 동병상련을 느끼며 남몰래 기부를 시작했다. 아내의 기부 동참과 두 자녀의 지원을 받으며 2011년부터는 월급의 20%를 어려운 이웃에 기꺼이 기부했다.
그러자 신씨에게 좋은 소식이 이어졌다. 8주에 1번씩 투약하는 의약품(1병당 200만원)이 6년 전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서 부담이 크게 줄었다.
남동구의 배려로 도로청소보다 수월한 폐형광등 수거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
두 자녀는 국제 비정부기구(NGO) 등에 기부하며 그의 선행을 본받아 어엿한 사회 초년생으로 성장했다.
신씨는 "뭐든지 비워야 새로 채울 수 있는 것 같다. 위만 보며 살면 잘 모르지만, 아래를 내려다보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많다"며 "내 월급의 20%는 '기부의 마중물'이라고 생각한다. 단돈 1천원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기부한다면 세상은 살기 좋아질 것"이라며 기부 동참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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