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IA 조종에 따라 불법 입국했다고 진술" 주장
억류 1개월 만에 석방 결정…북미대화 분위기 의식한 듯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중순 불법 입국해 억류된 미국 국적자를 추방하기로 했다고 1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0월 16일 미국 공민 브루스 바이론 로랜스가 조중(북중) 국경을 통하여 우리나라에 불법입국하여 해당 기관에 억류되었다"며 "조사 과정에 로랜스는 자기가 미 중앙정보국의 조종에 따라 불법입국하였다는 데 대하여 진술하였다"고 전했다.
통신은 그러면서 "우리 해당 기관에서는 미국 공민 로랜스를 공화국 경외로 추방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이 미국인은 약 한 달간 북한에 억류된 것으로, 이날 북한 매체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북한이 지난 5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억류 미국인 3명을 '국무위원장 특사' 형식으로 석방한 이후 약 6개월 만에 미국 국적자를 풀어준 셈이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 출범 후 2013년 12월 처음으로 미국인 메릴 뉴먼(85)을 추방 형식으로 풀어줬고, 2014년 10월 미국인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56)을 조건 없이 석방했다.2014년 11월 제임스 클래퍼 당시 미국 국가정보국장의 방북을 계기로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와 매튜 토드 밀러가 풀려났다. 당시에는 이들의 석방과 관련해 북한 매체가 보도하지 않았다.
북한은 또 2017년 6월 조셉 윤 당시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편에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사망)를 풀어주고서 "공화국 중앙재판소의 판정에 따라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돌려보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불법입국 혐의로 억류한 미국인을 비교적 이른 시기에 석방한 것은 현재 진행중인 북미대화의 분위기를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에 억류된 지 17개월 만에 풀려났다가 결국 숨진 웜비어 사건을 지켜본 미국민들의 대북정서도 의식했을 수 있다.
장철운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북미 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충분한 선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이런 제스처는 15일(현지시간) 유엔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된 상황에서 나와 주목된다.
유엔 총회 인권담당인 제3위원회는 이날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어 북한의 인권침해 중단과 개선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회원국의 표결 없이 컨센서스(전원동의)로 채택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이날 북한의 미국인 추방 결정에 대해 "북한이 과거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된 이후 보인 극렬하고 부정적이었던 관례적 반응과는 사뭇 다르다"며 "현재 물밑에서 진행 중인 북미협상 과정과 연동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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