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관측' 고브·폭스 장관 "총리 전폭적 지지"…내각 잔류키로 결정
'안전장치' 등 합의안 일부 수정 시도 가능성…EU 측은 일축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새 브렉시트부·고용연금부 장관을 임명했다.
브렉시트(Brexit) 합의안에 반발해 사퇴한 전임자의 공백을 재빨리 메우면서 의회에서 합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정면돌파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메이 총리는 이날 새 브렉시트부 장관에 스티븐 바클레이 의원을, 새 고용연금부 장관에 앰버 루드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은행원 출신 신임 바클레이 장관은 EU 잔류 지지자로 보건부 차관 등을 지냈다.
앰버 루드 신임 고용연금부 장관은 메이 총리 내각에서 내무장관을 맡다가 지난 4월 '윈드러시 세대'(Windrush generation) 강제추방 논란에 휩싸여 사임했다. 7개월 만에 내각에 복귀하는 셈이다.
앞서 도미니크 랍 브렉시트부 장관과 에스터 맥베이 고용연금부 장관은 전날 이번 합의안이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사임했다.
일각에서는 각료 추가 사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마이클 고브 환경부 장관, 리엄 폭스 국제통상부 장관 등은 메이 총리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잔류하기로 결정했다.
고브 장관은 이날 웨스트민스터에 있는 집무실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영국의 가장 좋은 미래를 얻기 위해 계속해서 정부와 의회에 있는 동료들과 함께 일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폭스 장관 역시 "메이 총리를 전폭적으로 신뢰한다"면서 "지금은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무엇이 국익에 부합하는지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일부 언론은 익명의 소스 등을 인용해 고브 장관, 폭스 장관과 함께 사퇴 관측이 돌았던 크리스 그레일링 교통부 장관, 페니 모돈트 국제개발부 장관, 앤드리아 리드솜 하원 원내내표 등이 공동으로 내각 잔류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대신 오는 25일 예정된 EU 정상회의에서 앞서 '안전장치'(backstop) 종료 장치 설정 등 합의안 일부 수정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주말 또는 다음주 초에 이를 논의하기 위한 만남을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EU 측은 그러나 이미 공개된 합의안의 수정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국경에서 '하드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때 통행과 통관절차를 엄격히 하는 것)를 피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이 이번 합의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합의안에 대한 재협상 여지는 크지 않다고 밝혔다.
내각의 추가 사퇴는 막았지만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현재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 등을 중심으로 공개적으로 불신임 서한을 보냈다고 밝힌 의원은 21명으로 집계됐다.
보수당 당규에 따르면 하원에서 확보한 의석(315석)의 15%, 즉 의원 48명 이상이 '1922 위원회' 그레이엄 브래디 의장에게 대표 불신임 서한을 제출하면 투표가 열리게 된다.
만약 불신임 투표가 열리고 메이 총리가 과반을 확보해 승리하면 총리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으며, 1년 내에는 다시 불신임 투표를 열 수 없다.
메이 총리가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 총리직과 당대표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어 열리는 당대표 경선에도 출마할 수 없다.
브렉시트 강경론자 중 한 명인 스티브 베이커 전 브렉시트부 차관은 자신을 포함해 브래디 의장에게 서한을 보낸 이들이 48명에 근접해가고 있다며 불신임 투표가 임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수당 내에서 메이 총리에 대한 공개 지지 의사를 보내는 의원들도 나타나고 있다.
데이비드 리딩턴 국무조정실장은 불신임 서한 제출을 통해 메이 총리를 공격하는 것은 나라를 위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리딩턴 국무조정실장은 만약 불신임 투표가 열리더라도 "총리가 넉넉히 이길 것이다. 그럴 자격이 있다"라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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