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의회, 총리 불신임 재의결…대통령은 다시 거부

입력 2018-11-17 10:03  

스리랑카 의회, 총리 불신임 재의결…대통령은 다시 거부
의회선 연일 폭력사태…의장에 물병, 책 던지고 고춧가루 뿌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스리랑카 의회가 지난달 대통령이 임명한 새 총리에 대해 재차 불신임안을 가결했다.
17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스리랑카 의회는 16일 오전 마힌다 라자팍사 신임 총리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두 번째로 표결에 부쳤다.
의회는 지난 14일에도 한 차례 총리 불신임을 결의했지만,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은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총리 불신임 결의와 같은 중요한 사안을 구두표결로 결정한 것은 헌법과 의회 절차, 전통에 반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카루 자야수리야 의회 의장은 16일에는 의원 이름을 차례로 불러 기립시킨 뒤 찬성이나 반대를 외치게 하는 '호명투표' 방식으로 총리 불신임안 재의결을 시도했다.
라자팍사를 지지하는 의원들은 이를 막기 위해 의장석을 점거하고 의사 진행을 방해했다.
결국 자야수리야 의장은 회의장 내에 선 채로 의원들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지만, 라자팍사 지지자들이 물병과 책, 고춧가루 등을 던지며 격하게 반발해 폭력사태가 빚어지자 호명투표를 포기하고 구두표결로 전환했다.
스리랑카 의회 의장실은 구두표결 결과 전체 의원 225명 중 122명의 찬성으로 라자팍사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이 다시 가결됐다고 밝혔다.
시리세나 대통령의 대변인인 스리랑카 자유당 소속 정치인 락쉬만 야파 아베이와든은 시리세나 대통령이 이번 결의도 구두표결로 이뤄졌다며 받아들이길 거부했다고 전했다.
의회는 19일 다시 소집될 예정이다.
라자팍사 지지자들은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자는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의사 진행을 방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시리세나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자신과 정치적으로 대립해 온 라닐 위크레메싱게 당시 총리를 전격 해임하고 라자팍사 전 대통령을 새 총리로 임명하면서 촉발됐다.
관련 사정에 밝은 현지 소식통은 시리세나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자신의 재선을 도와달라는 요구를 위크레메싱게가 거절한 직후 이런 조처를 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는 스리랑카의 국정 혼란 장기화에 우려를 표명했다.
여기에는 2005년부터 10년간 스리랑카를 통치했던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친중(親中) 성향이 강하다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7일 주스리랑카 중국 대사를 통해 라자팍사에게 총리 취임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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