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결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경찰, 금전 대가·윗선 개입 여부 조사
금고 운영 금융기관, 30년만에 농협에서 KB국민은행으로 바뀌어
승자 KB·패자 농협 모두 심사위원 찾아가 '잘 봐달라' 막후 로비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30년 만에 농협에서 KB국민은행으로 바뀐 광주 광산구 1금고 운영기관 선정 심의에서 심사위원 명단 유출과 은행들의 막후 로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광산구에 따르면 금고지정 담당 공무원 A(6급)씨가 심사위원 명단을 1금고 유치 경쟁에 나선 농협과 국민은행 양쪽에 넘겨준 것으로 밝혀졌다.
A씨가 명단을 넘긴 시점은 금고선정 심의를 하루 앞두고 심사위원 9명을 확정한 지난달 23일이다.
명단만 건넨 국민은행과 달리 농협 측으로부터는 당일 저녁 식사 대접을 받았던 것으로 광산구는 확인했다.
A씨가 금전 이익을 대가로 은행에 심사위원 명단을 넘겼는지, 구청 윗선도 개입했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광산구는 5천585억원의 기금을 운용하며 일반회계를 담당하는 1금고 선정 심의과정에서 은행 측 로비를 막고자 심사위원을 비공개로 선정했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파문이 예상된다.
광산구가 확인한 결과 심사위원 9명 대부분이 명단유출 이후 금고지정 심의위원회가 열리기까지 반나절 사이에 은행 양쪽으로부터 청탁을 받았다.
은행 직원이 직접 사무실로 찾아와 '잘 봐달라'며 접촉하는 식으로 로비가 이뤄졌다고 광산구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역시 금전 대가와 윗선 개입 여부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광산구는 자체 특별감사에 들어갔으며 이와 별개로 광주지방경찰청도 내사에 착수해 금고선정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A씨 등 담당 공무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잇달아 조사하고, 관련 자료를 검토 중이다.
경찰은 농협 측 진정 제기로 내사를 시작했다.
명단을 미리 확보해 로비를 펼친 농협이 국민은행 측도 마찬가지로 청탁을 시도했을 것이라고 판단해 경찰 수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농민단체는 구청 마당에 800㎏들이 나락 톤백(Ton Bag) 80개를 쌓고 농협을 금고로 지정해달라며 열흘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승자인 국민은행뿐만 아니라 패자인 농협도 떳떳하지 못한 상황이라 농협이 법원에 제기한 금고 계약금지 가처분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금고 심의가 투명하지 못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광산구 내부에서는 법원 판단을 기다릴 필요 없이 재심의를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산구 관계자는 "현재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A씨에게는 공무상 기밀누설과 김영란법 위반 등 여러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경찰 수사를 지켜보고 나서 인사 조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재심의와 관련해서는 "일단 법원 판단을 지켜보기로 했다"며 "심사위원 대부분 농협은 준비 부족으로 탈락했을 뿐 '잘 봐달라'는 수준의 로비가 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입장을 강조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광산구는 지난달 24일 구 금고 평가심의위원회를 열어 국민은행을 1금고 운영기관으로 선정했다.
국민은행은 지역사회기부금과 협력사업비를 농협보다 3배 많은 64억4천만원을 제시했다.
연간금리도 국민은행은 2.12%를 제안했는데 1천400억원인 예치금을 3년간 맡겼을 때 이자 수익이 농협보다 약 23억원 많다.
농협은 1988년 광산군이 광주에 편입된 후 처음으로 광산구 금고를 다른 은행에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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