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육아'에 지친 엄마들에게 보내는 위로…영화 '툴리'

입력 2018-11-18 12:51  

'독박육아'에 지친 엄마들에게 보내는 위로…영화 '툴리'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하루에도 몇 번씩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갓 태어난 아기의 미소는 기적처럼 느껴지지만, 육체적 피로는 기적의 환희를 뛰어넘어 내면마저 황폐하게 만든다.
밤새 서너 번씩 기저귀를 갈고 젖을 물리다 보면, 온몸은 중력 속으로 빨려들 듯 처진다. 여기에 시도 때도 없이 엄마를 찾는 아이들이 둘 더 있다면, 피곤은 극에 달하고 엄마라는 굴레를 가끔은 벗어던지고 싶어진다.
영화 '툴리'(제이슨 라이트맨 감독)는 독박육아에 지친 여성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린다. 출산과 육아 경험이 있다면, 공감 백배를 넘어 옛 기억이 떠올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 모른다. 미혼이라면 엄마의 위대함을 새삼 느낄 법하다. 출산과 육아에 두려움을 느끼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마를로(샬리즈 시어런)는 뒤늦게 생긴 셋째 아이를 낳는다. 첫째 딸은 아직 신발도 제대로 못 찾아 신고, 둘째 아들은 남들과 조금 다르다. 직장에 다니는 남편은 밤마다 게임 속 좀비를 때려잡다가 곯아떨어진다.
집안일부터 세 아이를 돌보는 일은 온전히 마를로의 몫. 갓난아이를 안고 둘째 아들 학교에 쫓아다니고, 젖이 퉁퉁 불 때마다 유축기로 짜내고, 아기를 재우고 아이들의 저녁을 먹이고, 또다시 전쟁 같은 밤을 보내고….
자식을 남의 손에서 키우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육아를 혼자 도맡아 하던 마를로는 마침내 폭발하고, 오빠가 소개해준 야간 보모 툴리(매켄지 데이비스)에게 연락을 한다.

20대인 툴리는 오자마자 제집처럼 모든 것을 능수능란하게 해낸다. 툴리는 "모든 걸 도우러 왔다. 전체를 치료하지 않고 부문만 고칠 수는 없다"며 마를로의 지친 마음도 위로해준다. 툴리가 온 뒤부터 마를로의 삶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
영화는 출산 후 여성들이 겪는 심리적 혼란을 세심하게 그린다.
마를로는 잘록한 허리에 해박한 지식을 갖춘 생기발랄한 툴리를 내심 부러워한다. 그녀의 식을 줄 모르는 에너지와 자유로운 영혼은 마를로를 자극한다.
출산의 흔적이 그대로 남은 축 처진 뱃살, 아무렇게나 걸친 옷 등 마를로는 오랫동안 방치해온 자신의 모습을 돌아본다.

마를로는 말한다. "20대는 꿈만 같죠. 그러다 쓰레기차처럼 30대가 다가와요. 앙증맞은 작은 엉덩이와 발이 임신할 때마다 반 사이즈씩 커지고 자유로운 영혼도 매력이 사라지죠. 외모도 추해지고요".
마를로는 한편으로는 수퍼맘 콤플렉스에 시달린다. 아이들에게 냉동 피자를 데워 먹일 때, 집안이 엉망진창일 때, 둘째가 밖에서 '톡특하다'는 소리를 들을 때, 겉으로는 당당하지만 내심 죄책감을 느낀다.
툴리는 그런 마를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별 탈 없이 성장해서 아이들을 안정적으로 잘 키우는 일, 그게 대단한 거예요. 실패한 삶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꿈을 이루신 거예요."
모두가 공감할 수는 없겠지만, 가족을 위해 아등바등 살면서도 죄책감을 느끼는 이 땅의 많은 엄마들에게는 위로가 될 법하다.

영화에는 '화병(火病) 주의보' 구간이 있다. 아내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게임에 빠진 남편을 볼 때마다 울화통이 터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까지 주제를 확장하지 않더라도, 육아는 부부가 함께하는 것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명제를 영화는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샬리즈 시어론의 연기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실제 22㎏ 살을 찌웠고 모유 수유 장면을 포함해 모든 장면을 대역 없이 연기했다. 톱스타 여배우로서 도전하기 쉽지 않았을 터. 미언론들은 내년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후보로 점쳤다. 11월22일 개봉.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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