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향력 차단 포석…경제위기 극복 지원 약속
(뉴델리·서울=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김지연 기자 = 인도가 한동안 친(親) 중국 노선을 걸었던 인도양의 섬나라 몰디브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9월 대선에서 친 중국 성향의 현직 대통령이 패배한 것을 계기로 몰디브와 전통적 우방 관계를 재구축하기 위해 애쓰는 분위기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몰디브 수도 말레에서 열린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리 신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했다고 인도와 몰디브 언론이 18일 보도했다.
모디 총리는 이날 "몰디브의 이번 선거가 민주주의, 법치, 번영하는 미래를 위한 염원을 드러냈다"고 솔리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했다.
솔리 대통령도 취임사를 통해 인도와 관계를 공고히 하고 인도양의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함께 협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행사는 모디 총리가 처음으로 참석한 외국 정상의 취임식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2014년 취임한 모디 총리가 몰디브를 방문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었다.
또 모디 총리는 이날 취임식에 참석한 유일한 외국 정상이었다.
모디 총리는 취임 선서를 마친 솔리 대통령과 포옹까지 나누는 등 두터운 친분을 과시했다.
모디 총리가 이처럼 몰디브와 관계 강화에 관심을 보인 것은 몰디브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이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인도와 몰디브는 전통적인 우방이었지만 2013년 집권한 압둘라 야민 대통령이 노골적인 친 중국 정책을 펼치면서 양국 관계는 소원해졌다.
야민 대통령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관련해 중국의 돈을 빌려 공항에서 수도에 이르는 2㎞ 길이의 교량을 건설하고,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등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했다.
이로 인해 몰디브는 중국에 15억달러(약 1조7천억원) 이상의 빚을 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관광 외에는 별다른 수입원이 없는 인구 44만명의 몰디브 경제를 고려하면 엄청나게 큰 액수인 셈이다.
솔리 대통령은 이 같은 몰디브의 경제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진단하고 곧바로 대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전 정권에서 중국 기업들이 어떻게 계약을 따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으며 솔리 대통령도 당선 직후 중국과 맺은 각종 계약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솔리 대통령은 취임 직후 연설에서 "국가 재정 상황이 위태롭다"며 "오직 정치적인 이유로 행해진 사업들에 따른 손해가 막대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각 층에서 일어난 횡령과 부패 때문에 국가 재정이 수십억 루피야(몰디브 통화)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모디 총리도 인도는 몰디브가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솔리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인도 외교부는 밝혔다.
인도 TNN통신은 모디 총리의 이번 취임식 참석에 대해 "인도가 몰디브의 새 정부와 결속을 다져나가겠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며 인도는 야민 전 대통령 시절 중국의 영향력으로 인해 잃어버렸던 몰디브와의 유대를 재구축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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