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방 검토' 보도 반박…터키, 2016년 군부 쿠데타 배후로 귈렌 지목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터키 정부가 2016년 군부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 학자 펫훌라흐 귈렌을 미국에서 추방할 계획이 없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앞서 미 NBC 방송은 백악관이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과 관련한 터키의 대(對)사우디 압박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귈렌의 추방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악의 산불 피해를 입은 캘리포니아 방문에 앞서 기자들로부터 귈렌 추방 계획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그것은 검토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터키와 관계가 좋으며 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잘 지내고 있다. 그는 나의 친구고 강하고 거칠며 영리한 사람이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다"라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터키에 장기 억류돼 있던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이 지난달 중순 풀려난 뒤 최악의 갈등을 겪던 미국과 터키 관계는 화해 국면으로 접어든 상태다.
하지만 귈렌 문제는 여전히 양국 관계의 긴장 요소가 되고 있다.
정부 전복 혐의를 받은 뒤 1999년 미국으로 '셀프 망명'해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거주하는 귈렌은 엄청난 수의 추종자를 거느린 영향력 있는 종교 지도자이다. 세계 곳곳에서 '귈렌계' 학교와 기업, 비영리기구 등 수백 개 단체가 운영되고 있다.
그의 가르침은 온건하고 친서방적인 이슬람 운동을 촉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그러나 귈렌을 2016년 군부 쿠데타 시도의 배후이자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하고, 수년 동안 미국에 그의 인도를 요청해왔다.
귈렌은 자신에 대한 터키 정부의 혐의를 전면 반박하고 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앞서 백악관이 귈렌 추방을 검토한다는 NBC 보도를 부인하면서 "(귈렌) 추방 문제와 카슈끄지 피살과 관련한 터키의 사우디 압박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이 개입된 계획적 카슈끄지 살해를 비난하면서도 이 사건과 관련해 전통 우방인 사우디를 제재하는 문제에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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