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총리 "합의안 외 대안 없다"…강경론자들 "EU 속국 될 것"
코빈 노동당 대표 "합의안 지지 못 해…재협상 나서야"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과 유럽연합(EU) 간 브렉시트(Brexit) 협상 합의의 후폭풍이 영국 정가를 계속 강타하고 있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잇따라 언론 인터뷰 등을 갖고 이번 합의안이 영국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결과라며 의회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합의안이 영국을 EU의 '속국 상태'로 둘 것이라며, 총리 불신임을 추진하고 있다.
야당인 노동당 역시 이번 합의안을 실패로 규정하면서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메이 총리는 18일(현지시간) 영국 대중지 더선에 실은 기고문에서 이번 합의안이 실행 가능한 유일한 안이라며 지지를 당부했다.
메이 총리는 "협상 테이블에 다른 대안은 없다"면서 다음 달 예상되는 하원 투표에서 합의안이 부결된다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메이 총리는 "이는 더 큰 분열과 불확실성,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의 선택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메이 총리는 이어 이날 오전 스카이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 "이번 합의안은 국익 관점에서 올바른 합의"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합의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며, 추가 협상이 이어지는 만큼 향후 7일이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자신이 직접 협상을 이끌면서,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자신에 대한 불신임 움직임과 관련해 "지도자를 바꾸는 것은 협상을 용이하게 하지 않는다"면서 "협상을 늦추고 브렉시트를 늦출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자신에 대한 불신임 서한이 아직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보수당 당규에 따르면 하원에서 확보한 의석(315석)의 15%, 즉 의원 48명 이상이 '1922 위원회' 그레이엄 브래디 의장에게 대표 불신임 서한을 제출하면 투표가 열리게 된다.
현재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 등을 중심으로 공개적으로 불신임 서한을 보냈다고 밝힌 의원은 25명 내외다.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불신임 서한 제출과 함께 메이 총리에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번 합의안에 반발, 전격 사퇴한 도미니크 랍 전 브렉시트부 장관은 이날 일간 더타임스의 일요판 선데이타임스 기고문에서 영국은 EU와의 협상 과정에서 단호한 의지가 부족했다며, EU에 괴롭힘을 당하는 것보다는 협상에서 발을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당 내 유럽회의론자 모임인 '유럽 연구단체'(ERG)는 이날 580쪽이 넘는 EU 탈퇴협정 초안을 쉬운 용어로 풀어쓴 7쪽 분량의 요약문을 내놨다.
ERG는 이번 합의문이 영국의 반은 EU 안에, 반은 EU 밖에 두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많은 영국의 법이 해외에서 만들어지고 우리는 이에 대해 영향력을 미칠 수 없는 '속국 상태'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이는 EU 탈퇴를 결정한 국민투표 결과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데이타임스는 메이 총리의 불신임 가능성에 대비해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 데이비드 데이비스 전 브렉시트부 장관, 사지드 자비드 내무장관,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 앰버 루드 고용연금부 장관, 도미니크 랍 전 브렉시트부 장관, 페니 모돈트 국제개발부 장관 등이 당권 도전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야당인 노동당도 이번 합의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메이 총리에 앞서 스카이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 이번 합의안은 노동당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만큼 이를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신속히 EU와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코빈 대표는 그러나 조기총선이 열리지는 않으리라고 전망했고,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래에 가능한 선택일 수 있지만 당장 오늘의 선택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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