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외교부 "미국이 회의 분위기 망치고, 갈등 조장해"
中매체 "현 세계 무역체제 美위주로 짜여…WTO 개혁시 미국이 최대 피해"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미중간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입장에 대한 이견으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공동성명 채택이 25년 만에 처음으로 무산한 데 대해 중국이 공동성명 불발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미중 양국이 양보하지 않아 공동선언이 채택되지 못했다는 의견에 대해 평론을 요구받고 이같이 밝혔다.
겅 대변인은 "APEC 구성원들은 모두 평등하고 상호 존중의 기초 위에 만장일치를 통해 결정한다"면서 "중국은 이번 회의에 성실하게 임했고 중국의 발언은 누군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과 달리 미국은 매우 흥분하고 화가 난 상태에서 APEC 정상회의에 참석했다"면서 "미국 측의 발언은 이견을 불러일으키고, 갈등을 만들고, 평화로운 회의 분위기를 망쳤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이유로 구성원들은 공동인식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겅 대변인은 또 중국 측이 '불공정한 무역관행'이란 문구에 반대해 공동성명 초안을 거부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공동성명이 채택되지 못한 것은 미국이 말하는 그런 것 때문만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앞서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도 이날 사평(社評)에서 "APEC 정상회의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못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미국 우선주의가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환구시보는 "미국은 WTO 개혁에 대해 강력한 요구를 하고 있고 중국 역시 WTO 개혁을 반대하지 않지만 양측 간 상당한 이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WTO 개혁에 3대 원칙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이는 WTO 기본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되고, 개발도상국의 합리적인 요구를 고려해야 하며, 상호 존중과 평등을 기초로 삼아 질서 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또 "미국 우선주의는 현재 미국 대외정책의 핵심이 됐다"면서 "미국은 이전에는 다자주의 체제를 통해 이익을 추구했다면 이제는 이런 기조를 철회했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미국의 이런 행태는 매우 유감이지만 한편으로는 희망"이라며 "현재 세계 경제 체제는 서방 국가 중심으로 돼 있고 달러 주도 체제를 지지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구조는 미국 이익에 유리하게 설계됐는데 이런 체제가 무너진다면 장기적으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미국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AP 등 외신들은 지난 18일 막을 내린 파푸아뉴기니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이 미중 간 WTO 개혁에 관한 이견으로 공동성명 채택에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APEC 정상들은 공동성명 초안을 마련하긴 했지만, 중국은 '우리는 모든 불공정한 무역관행 등을 포함해 보호무역주의와 싸우는 데 동의했다'(We agreed to fight protectionism including all unfair trade practices)는 문구에 강력한 불만을 제기하며 수정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외교관들이 파푸아뉴기니 외무장관 사무실에 난입하기도 했다.
중국은 '불공정한 무역관행'이 중국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고 이 문구를 빼길 원했고, 나머지 국가들은 문구를 포함하길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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