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판사들 '사법농단은 위헌' 공감대…국회 탄핵논의 탄력붙나

입력 2018-11-19 17:45  

대표판사들 '사법농단은 위헌' 공감대…국회 탄핵논의 탄력붙나
"자정의지 보여야" 주장에 상당수 공감…'부결 후폭풍'도 고려한 듯
삼권분립 위배 우려에 탄핵촉구는 않기로…정치권, 탄핵 추진 동력 삼을 듯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각급 법원의 대표 판사들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대표회의)가 일각의 예상과 달리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현직 판사들에 대한 탄핵소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면서 국회의 탄핵소추 발의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법원과 법조계에 따르면 법관대표회의 소속 대표 판사들은 이날 열린 2차 정기회의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연루 판사들에 대한 탄핵 촉구 결의안'을 논의하면서 다양한 찬·반의견을 내놓았다.
당초 부결 의견이 우세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상 논의가 시작되자 탄핵 절차 검토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의견이 많았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로 실추된 법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법원이 자정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법관대표회의는 이날 결의문에서 사법농단 의혹 사건에서 드러난 일련의 비위 의혹들을 '재판독립 침해 행위'라고 규정했다.
특히 검찰이 재판거래 의혹 사건의 주축으로 수사 중인 강제징용 소송 관련 의혹 등을 거론하면서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특정 재판에 관해 정부 관계자와 진행 방향을 논의하고 의견서 작성 등 자문을 하여 준 행위"라고 진단했다.
또 "일선 재판부와 연락해 특정한 내용과 방향의 판결을 요구하고 재판절차 진행에 관해 의견을 제시한 행위"라고 지적하면서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 위반행위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사법농단 의혹의 내용이 위헌적인 만큼 연루된 법관에 대한 징계뿐 아니라 탄핵 절차까지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게 대표 판사들의 중론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날 법관대표회의에서는 탄핵촉구안이 안건에 오른 사실이 이미 알려진 상황에서 부결 의견으로 결의될 경우, 사법부에 대한 비난 여론 등 후폭풍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양승태 사법부 시절 사법정책에 반대 의견을 낸 판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법원행정처 작성 문건이 검찰 수사로 확인되는 등 사법농단 의혹을 뒷받침하는 단서들이 추가로 드러난 점도 현직 법관들의 의견 지형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대표판사들은 직접 국회에 탄핵소추를 촉구하는 것은 사법부와 국회를 구분해놓은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아 결의안 내용을 상당 부분 수정한 형태로 가결했다.



법관대표회의가 헌정 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에 찬성하고 나서면서 진척이 보이지 못하던 국회의 탄핵소추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관대표회의의 입장이 사법부 구성원의 전체적 동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각급 법원에서 투표로 선출된 대표 판사들의 결의안이라는 점에서 국회가 탄핵소추의 명분이자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판사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동의로 발의가 가능하다. 소추안에 국회의원 재적 과반이 찬성하면 헌법재판소는 곧바로 탄핵심판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대통령 탄핵과 마찬가지로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찬성하면 파면이 최종 결정된다.
hy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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