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19일 이른바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소유주가 자신의 아내라는 경찰 수사결과를 거듭 반박하면서 '경찰이 진실보다 권력을 선택했다'고 거칠게 비난했다. 지난 17일 경찰 수사결과가 나온 이후 두문불출했던 이 지사는 이날 아침 출근길에 경기도청 앞에 몰려든 취재진에게 "경찰은 (트위터 계정주가) 제 아내가 아니라는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도 비슷한 것들을 몇 가지 끌어모아서 아내로 단정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출당이나 지사직 사퇴를 요구하는 더불어민주당 내 일각의 목소리에는 "프레임이자 가혹한 정치적 공격"이라며 일축했다.
이 지사의 이런 공개적 입장 발표는 정치적 최대 위기에 처한 이 지사의 처지를 보면 이해되는 측면이 있지만, 소모적 여론전 범주를 벗어나기는 어렵다. 경찰 수사결과가 발표된 17일부터 이 지사는 유튜브, 트위터 등을 통해 경찰을 '적폐' 'B급 정치' 등으로 연일 공격하며 부부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지만, 국민들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이 지사가 "경찰이 이재명 부부에 기울이는 노력의 10분의 1만 삼성 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에 집중했더라면 나라가 지금보다 10배는 더 좋아졌을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지만, 공허한 외침이라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경찰은 이날 약 7개월 만에 수사를 마무리하고 이 지사 부인 김혜경 씨를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 지사의 비난에 직접적 대응은 삼간 채 "검찰의 보충 수사를 통해 진실이 규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 청장 말대로 이제 김 씨에 대해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검찰의 판단과 기소 이후 재판 결과만 남았다.
이 지사가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정치적 위상을 갖고 있기에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이 지사의 장외 여론전을 차기 대권 전략상 정치적 위기 탈출과 지지층 결집을 동시에 꾀하려는 차원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 지사의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여론전은 검찰 수사와 재판에 소모적 논란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자제했으면 한다. 검찰도 기소 여부 판단을 앞두고 철저한 공정 수사로 뒷말이나 정치적 공방이 더는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혜경궁 김씨'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법원에서 가려질 때까지 이 지사 부인 김 씨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무죄로 통한다. 억울함이 있다면 검찰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풀면 된다. 이 지사는 평소 다짐대로 도정에만 전념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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