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범 얘기 다룬 연극 상연 중인 벨기에 극단이 벌인 일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6년 전 네덜란드의 미술관에서 도난됐던 피카소의 작품이 루마니아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이는 한 극단이 상연 중인 연극을 알리기 위해 벌인 행위로 밝혀졌다.
문제의 작품은 '광대의 초상'으로 익명의 편지를 받은 루마니아의 한 소설가와 네덜란드 기자가 루마니아 남동부 툴체아에 있는 나무 아래에서 발견했다고 지난 17일 외신에 보도됐다.
루마니아 검찰은 이번에 발견된 작품이 피카소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으나, 이는 위조범에 관한 연극을 상연하고 있는 벨기에의 한 극단에서 만든 가짜로 밝혀졌다고 네덜란드 현지 언론을 인용해 로이터, AP통신 등이 18일(현지시간) 전했다.
유명 위조범을 다룬 연극 '트루 카피'(True Copy)를 상영 중인 벨기에 앤트워프의 '베를린' 극단은 웹사이트에 "지난달 31일 '광대의 초상'을 나무 밑에 묻었고, 다음날 루마니아와 네덜란드의 각 주소로 그림이 묻힌 장소가 담긴 익명의 편지 6개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편지를 받고 나무 밑을 찾아갔던 네덜란드의 기자도 페이스북에 "연극 관계자 2명이 위조품을 거기에 가져다 놨다"고 말했다.
연극 홍보를 위해 벌인 일이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극단 측은 "홍보가 아니라 연극의 중요한 일부였다"며 "광대의 초상이 어떻게 제 자리에 찾아오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해명했다.
'광대의 초상'이 소장돼있던 네덜란드 로테르담 쿤스탈 미술관의 전직 큐레이터도 발견된 그림의 사진을 본 뒤 위조인 것 같다고 판단했다.
이 작품은 2012년 10월 쿤스탈 미술관에서 고갱의 '약혼녀라 불리는 열린 창 앞의 여자', 모네의 '런던의 워털루 다리' 등 유명 화가의 작품 6개와 함께 도난당했다.
당시 도난된 작품의 총 감정가는 2억 유로(약 2천500억 원)에 달해 '세기의 절도'라 불렸다.
이듬해 루마니아인 4명이 절도범으로 붙잡혀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이들이 빼돌린 작품들은 아직 회수되지 않았다.
절도범들은 검거 당시 주동자 어머니가 아들의 범행 증거를 인멸하려 그림을 불태웠다고 주장하다가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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