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협약 체결해놓고"…화성시·수원시 모두 '걱정·우려'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경기 수원무)이 최근 발의한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수원군공항 이전문제로 대립 중인 수원시와 화성시에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초선의 서철모 화성시장과 3선의 염태영 수원시장이 상생협약을 체결하면서 두 도시의 해묵은 갈등과 현안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군공항 특별법 개정안 때문에 관계악화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원전투비행장 화성이전을 반대하는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화성범대위)'는 19일 오전 2천여명의 화성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서울 국회 정문 맞은편 여의도공원 사거리 주변에서 집회를 열어 김 의원이 발의한 군공항 특별법 개정안의 폐기를 요구했다.
개정안에 주민투표 발의 및 유치신청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강제하는 조항이 있어 자치권을 훼손할 뿐 아니라 지역 간 갈등을 조장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철모 시장도 '개악 저지'가 쓰인 빨간색 머리띠를 두르고 집회에 참여해 "화성시의 의견을 무시하고 화성시민의 고통을 외면한 채 국방부가 수원전투비행장 이전 예비후보지로 화성 화옹지구를 선정한 것에 분노를 금할 수 없으며, 수원시가 이전계획을 철회하고, 군공항 특별법 개정안이 철회될 때까지 모든 투쟁을 강력하게 지속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과 6일 전인 지난 13일 수원시청에서 염태영 수원시장, 곽상욱 오산시장과 상생협약을 맺고 "행정구역에 상관없이 중요한 지역 현안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각 분야에서 상생 협력사업을 발굴해 추진하자"고 약속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군공항 이전문제로 절친에서 원수로 바뀐 수원시와 화성시의 관계가 상생협약을 계기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1주일도 안 돼 사그라진 모양새다.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이웃사촌인 수원시와 화성시는 2015년 화성시가 추진하던 '광역화장장(함백산 메모리얼파크)' 조성사업에 수원시가 반대입장을 내면서 우애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2월 국방부가 수원 공군비행장 예비이전 후보지로 화성 화옹지구를 선정하면서 두 이웃 지자체간 갈등과 반목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이런 갈등으로 인해 화성시 반정지구와 경계조정을 해야만 하는 수원 망포4지구 택지개발사업이 지난해 4월 이후 올스톱이 됐다. 수원시가 보낸 경계조정 협조공문에 대해 화성시가 1년 넘게 협의보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올 지방선거에서 염 시장, 서 시장이 오산시장과 함께 민주당 후보자 신분으로 지난 5월 28일 민선7기 출범 이후 지역 간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자며 상생 협력을 선언하고, 시장 당선 뒤 선언을 이행하면서 수원·화성시의 냉랭했던 관계는 해빙 모드로 전환했다.
가장 민감한 이슈인 군공항 이전과 관련해서도 화성시와 수원시가 새로운 대화 채널을 가동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로 했고, 수원시도 지금까지의 '밀어붙이기식 홍보전'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김 의원이 군공항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뒤 화성시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군공항 문제가 재점화됐다.
화성시는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개정안의 법률적 타당성을 전문기관에 의뢰한 결과 시의 자치권 침해를 비롯한 헌법 위반 사항을 확인했다"면서 "자치분권의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개정안은 마땅히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주일 뒤 국회 앞 대규모 상경 집회를 통해 "수원시와 김진표 의원은 화성시 동·서부 지역 주민 간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모든 행위를 중단하라"고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화성시와 수원시는 상생협력과 군공항 이전문제는 별개로 다루기로 사전에 합의해 군공항 특별법 개정안이 상생 관계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집회를 주최한 화성범대위 관계자는 "군공항 문제로 두 시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상생 관계가 유지되기가 힘들지 않겠느냐"면서 "상생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개정안이 발의돼 유감"이라고 말했다.
화성시 관계자도 "수원시와의 상생과 군공항 문제는 '투트랙'으로 각기 다르게 진행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언제까지 이런 불안정한 관계가 이어질지 사실 걱정은 된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화성시민들이 화성시를 압박할 경우 상생 관계가 유지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경계하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군공항 이전문제는 두 시에 가장 민감하고 얘기 꺼내기 어려운 사안"이라면서 "수원시와 군공항 이전문제에 거부감이 있는 화성시민들의 압력을 서 시장이 얼마나 오래 버틸지가 상생 관계 유지의 핵심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서철모 화성시장은 다른 일정상 집회에 참석하기 어려웠으나, 시민들이 "상생하면서 군공항도 유치하기로 한 거냐"며 집회 후 시청을 항의 방문하겠다고 하자 뒤늦게 집회참석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공항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김 의원은 "지금 당장은 상생에 도움이 안 되는 게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두 시의 상생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법안 심사과정에서 화성시가 충분히 의견을 개진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군공항 이전에 관해 가짜정보가 횡행해 화성주민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많았다"면서 "현재는 지자체장이 안 하면 주민투표를 할 수 없지만, 법이 발효되면 공론조사를 통해 찬성이 나오면 주민투표를 하고, 반대가 나오면 이전사업을 철회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3명의 의원이 공동발의하고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군공항 특별법 개정안은 법안 숙려기간, 국회 국방위원회 논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 여부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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