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기업 11건 신청…업계 "법위반 여지…국익 고려해 결정해야"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추진 중인 태국에서 외국 기업이 신청한 관련 특허 승인 여부를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20일 일간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손띠랏 손띠지라웡 태국 상무부 장관은 지식재산청(DIP)에 외국 기업의 대마 추출기술 관련 특허신청 11건 가운데 1건을 반려하라고 지시했다.
손띠랏 장관은 "외국 제약사들의 특허신청에 대한 검토를 지난주 시작했다. 이 가운데 반려 1건을 제외한 나머지 2건은 자진 철회됐고 추출물을 원료 일부로 활용하는 8건에 대한 검토는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국내 연구자들이 대마 추출물을 이용해 의약품과 원료물질을 개발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승인은 관련법을 정확하게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매우 복잡하고 긴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처는 의료용 대마 합법화의 혜택이 고스란히 앞선 기술을 가진 외국 제약사에게 돌아갈 것을 우려한 국영 제약회사와 태국 제약업계, 이익단체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다.
태국이 대마 합법화 논의를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접수한 외국 제약사의 대마 관련 특허신청은 11건에 달한다.
대마초 유래 물질로 희소병인 소아 간질 치료제를 개발해 첫 미국 식품의약청(FDA) 승인을 받은 미국 GW 파마슈티컬스와 일본 오츠카 제약 등이 신청 주체다.
IDP가 외국 업체의 특허신청에 대해 90일 이상 승인 또는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아 자동 승인 가능성이 제기되자, 태국 국영 제약회사인 GPO(Government Pharmaceutical Organization) 등은 식물 추출물에 대해 특허를 인정하지 않는 특허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GPO는 대마 합법화 추진을 주도한 국영 기업으로 의료용 대마 기술 개발과 생산 시설에 1억2천만 바트(약 41억원)를 투자했다.
실제로 태국 특허법 9조 1항은 식물 추출물에 대한 특허를 인정하지 않는다.
관련 업계는 당국이 나머지 8건의 특허신청도 반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무역 관련 시민단체인 FTA 워치의 운동가인 칸니카르 킷티왓차꾼은 "나머지 8건의 신청도 특허법에 위배되는 만큼 승인해서는 안 된다"며 "또한 당국의 심사는 국익도 고려해야 한다. 태국에는 마리화나 추출물을 기반으로 한 100여가지의 전통 의약품이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시민단체인 바이오 타이의 위툰 리안참룬 국장은 "DIP는 모든 특허신청을 반려해야 한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태국 정부는 지난 13일 각료회의를 열어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하는 마약법 개정안을 승인했다. 과도의회인 국가입법회의(NLA) 표결을 거치면 관련법은 최종 확정된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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